[나를 위한 3주] 내 집을 꿈꾸다.

By @feyee954/19/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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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이 창을 흔들고 내 키만한 작은 나의 방 위로
아름답게 별빛들이 가득 채워 주네요

별 - 태연

3월 21일


차에서 보낸 첫날밤. 하늘에 별이 쏟아졌다.

시드니에서 꼭 렌트를 하기로 한 이유 중에 하나가
별을 보기 위해서, 별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캠핑장이 폐쇄된 지 모르고 찾아가던 깊숙한 산속.
조그만 시골등 하나 없는 도로에서
'어 별이 잘 보이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모든 불을 끄자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 같은 암흑이 펼쳐진다.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니.. 수많은 별 그리고 은하수.
얼마만에 보는 은하수인지.
선명하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와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
한참을 또 멍 때리며 아니 홀려서 바라본다.

걷지 못할만큼 힘에 겨워 아파와도 눈물이 앞을 가려와도
갖지 못한 내 사랑 앞에도 나 웃을래요.


사진을 찍어야하지!! 카메라에 삼각대를 달고 내리는 순간.
별만큼 많은 나방들의 공격! 아 그래 여긴 여름이구나. 여기에 살아있는 것은 나만이 아니구나. 지나가는 것도 아니라 막 부딪치며 다가오는 나방군대에 의해 1차 퇴각.

혹시라도 차에 들어올까봐 얼릉 문을 닫고 작전을 짜본다.
잠깐 킨 헤드라이트 불빛에 적들의 숫자를 자~~~~알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사진은 찍고 싶은데....
긴 옷들을 챙겨입고 2차 시도!


내리자마자 나의 얼굴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거미줄.. 프로도가 되기전에 다시 2차 퇴각. 익히 들어알고 있었다.. 호주의 거미는 어마무시하게 크다는 것을.

끝내 사진은 포기 ㅠㅠ 뇌에 블록체인처럼 박기 위해 한참을 쳐다본다.
또 언제 볼 지 모르니.
한참을 차 안에서 쳐다보고 있는데
지나가는 차에서 유리창을 내리며 말을 거신다. 차에 문제있냐고.
그냥 별 보는 중이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지나가시는 선량한 아저씨.
호주가 안 좋을 수가 없다.

그래 일주일이나 빌렸는데 또 보겠지.

행복했던 기억 모두 가슴에 간직 할게요
두 눈에 수놓아진 저 별들처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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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바람이 분다 - 이소라


우리나라에 동해 7번 국도가 있다면 호주에는 A1이라는 고속도로가 있다.
해안선을 따라 쭉 올라가는.
삼척쯤에서 봤던 바다가 보이는 언덕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곳을 날고 있는 패러글라이딩.
이 곳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없으니 언젠가..누군가 같이 와서 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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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너무나 좋은 추억을 안겨주었던 헌터밸리 와이너리.
가을로 가는 늦여름이라 실하게 영글어 있는 포도를 기대했으나
이미 수확이 끝난 상태였다.
그럼에도 너무 좋은 곳. 막혀있지 않은 탁 트인 시야 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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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들었던 Tyrrell(티렐) 와이너리에 다시 찾아왔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와인이 뭔지 하나도 몰랐었다.
레드와인을 마시고 좋아하게 된 게 저번 호주여행부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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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와인도 꽤 마셨고 영어도 좀 늘었으니
와인 시음을 하면서 와이너리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러쿵 저러쿵 장단을 맞춰준다.
덩달아 신난 아저씨는 이것저것 조금씩 더 비싼 술을 막 꺼내오시고
운전해야하는데.. 넘 맛있다...ㅠㅠ
공짜로 마이 묵었으니 사야지.. 쉬라즈 품종의 레드와인 두 병 겟!

내게는 소중해 했던 잠 못 이러던 날들이 너에겐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온 걸 안 건지 나를 반겨주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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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 날 너무 쳐다보셔서...내리진 못하고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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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봤던 요 두 마리가 새끼를 낳은 것이라 괜히 믿고 싶어진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내게는 천금 같았던 추억이 담겨져 있던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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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숨이 차오는 건 빠르게 뛰는 이유만은 아냐
너를 보게 되기에 그리움 끝나기에

너에게 간다 - 윤종신

헌터밸리에서 묵은 Vine Valley Inn 의 다이닝룸.
헌터밸리에 다시 온 이유는 와이너리가 아니라 바로 이 호텔 때문이다.

재작년에 왔었던 호텔. 너무나 이쁜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감히 호주 최고의 가성비 호텔이라고 꼽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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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많은 약속들 가운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들었고
며칠 밤이 길었던 약속같지 않은 기적


호텔에 들어서면 보게되는 모든 곳에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예술가신 부부가 10년이 넘게 정성들여 모아온 앤틱과 그림, 조각들. 사장님은 앤틱을 직접 만드시기도 하고 사모님은 그림을 그리시며 하나씩 하나씩 늘려온. 세월의 향기가 나는 이런 집이 너무 좋다.

언젠가 나의 집도 이렇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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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더욱 아늑해지는 이 곳에서 와인 한잔.

일주일만에 꿀잠에 빠져들었다.

너에게 간다 다신 없을 것 같았던 길
문을 열면 네가 보일까 숨고른 뒤 살며시 문을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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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흐려지는 저물어간 기억에 떠나갔던 그날에 그림자만 남았네

Long long ago - 박기영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아니 사실 하루만 묵기에 너무 아쉬워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하루 종일 한 일이라곤 차 안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음악 듣기.
서울에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걷기 조차 힘들었던 일주일의 피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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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빗소리와 음악소리, 그리고 비가 쏟아지는 드넓은 포도밭에 집중하는 시간.
슬픈 노래든 씐나는 노래든 클래식이든 재즈든
고를 이유가 없다. 빗소리가 멋지게 빈자리를 채워준다.
나 혼자만의 콘서트. 혼자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혼자 좋아한다.

바람에 흐려지는 사라져간 기억에
떠나갔던 그날에 뒷모습만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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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찾아온 밤.
이 아늑한 곳에서
빗소리와 어울리는 LP로 음악을 들으며
맛있는 와인 한잔.

일정이 하루 밀리는 거 따위
어떤 여행에서도 얻기 힘든, 잊혀지지 않을 하루다.
혼자 와서 쉬는 여행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미술관 같은 방에서 또 한 번의 꿀잠.

버리고 또 버려도 떠오르는 얼굴에
이별했던 그날에 그리움만 남았네.


안녕하세요 미술관입니다.
글이 넘 길어져서 사진도 많이 들어갔네요. 짜르기에도 애매하고 안 짜를라니 길어지고..
이럴 때가 참 골치아파요..ㅋ

참고로.. 첫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밤 비가 내려.. 다시는 별을 볼 수 없었습니다.ㅠㅠ
그래서 앞 부분에 사진 없이 글만 있다능.
언제 별 사진 한번 찍어보나~~ 겨울에 어디라도 또 가야하나.ㅎ

스팀도 오르고 코인시장도 좀 봄이 오는거 같네요.^^
오늘이 지나면 또 불금부터 시작되는 주말!!!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스팀 가즈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p.s 별은 유미 씨의 노래인데 개인적으로 태연 버전을 좋아해서 음질이 좀 안 좋아도 올렸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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