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과 사랑의 유사성]
강가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무심결에 본 하늘에 걸린 달이 보름달도 아닌 주제에 무척 밝았다.
그 달을 보니, 달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하나 떠올랐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마음'으로 잘 알려진 일본인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가
약 100년 전 영어 교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한 학생이 'I love you'를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번역하자,
일본인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그는 이 문장을 '달이 참 밝네요'라고 정정해주었다고 한다.
밝은 달을 보고 오래전에 본 이 일화가 생각나다니 내게 퍽 감명 깊은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왜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을까 강가의 벤치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소설가는 상징과 비유를 다루는 사람이다. 나쓰메 소세키 같은 대문호가 '사랑해'라는
말을 허투루 '달이 참 밝다'로 번역할 리가 없다.
달과 사랑 사이 어떠한 유사성을 발견했고,
두 문장이 정확히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챘음이 틀림없다.
달은 어떤 것인가.
달은 늘 모양이 변하는 변덕스러운 것이지.
밝을땐 밤에도 사물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밝고.
자세히 보면 얼룩덜룩한 얼룩이 보이지.
이렇게 생각해보니 달과 사랑은 닮은 점이 많다.
사랑은 달처럼 늘 변하고,
어둠 속에서 빛이 되기도 하고,
사랑에는 지난 상처가 각인되어있다.
그러니 달은 사랑의 상징으로 적격이다.
달을 사랑에 빗대면, '달이 참 밝다'는 말은 '내 사랑이 참 크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이 참 클 때, 새어 나오는 말이 '사랑해'이고.
결국 '달이 참 밝네요'는 'I love you'와 같은 뜻이 된다.
그가 정말 이렇게 생각했을까?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언어는 생각이란 태양을 반사하는 달처럼 그 빛의 일부 밖에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으니 달빛으로 그 빛의 근원을 추측해 볼 수 밖에.
벤치에서 일어나, 달을 다시 바라보았다.
오늘은 보름달도 아닌 주제에 달이 참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