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야기 #2 – 델리 스파이스

By @deepbleu5/21/2018kr

지난 번 크랜베리스 돌로레스에 대한 **추모글** 이후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오랫동안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역시 꾸준함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제 삶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에 앞으로 간격이 일정하지 않더라도 음악 이야기를 간간히 올려 보려고 합니다.

이미지

제가 델리스파이스 팬이 되게 해 준 결정적인 곡이 바로 ‘차우차우 – 너의 목소리가 들려’ 입니다. 멜로디만큼이나 단순한 가사의 반복으로 중독성이 강한 곡인데요. 저는 기분이 꿀꿀하거나 머릿속이 복잡할 때 며칠이고 한 곡만 종일 들을 때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자주 듣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곡의 가사와도 같이 정말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게 되는 마약과도 같은 곡이죠. 전주와 곡 멜로디 전반의 기타 음색은 크랜베리스의 ‘dreams’ 기타 반주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제가 기타나 피아노 솔로가 특색 있는 곡들에 잘 끌리는 지 제가 좋아하는 곡 리스트에 이런 곡들이 몇 곡 있습니다.

원래도 크게 히트했지만 조승우와 이나영이 주연한 영화 ‘후아유’에 삽입되어 엄청 유명해졌죠. 그 때는 저만의 보물이 너무 유명해 지는 게 싫기도 했지만 뭐 그렇다고 저만 아는 것도 아닌데 유치한 생각이죠. 영화 속에서 부른 조승우 버전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오리지널이 최고죠.

‘차우차우’ 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한 노래로 ‘항상 엔진을 켜둘께’도 있습니다. 제가 군 복무 시절 발매되어 힘든 시절을 함께 해줘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역시 기타 솔로도 돋보이지만 곡 전반의 흐르는 단순한 드럼 비트가 심장 박동 수를 끌어 올려줍니다. 델리스파이스 곡들이 혼자 듣기 좋지만 노래방에서 부르면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데 이 노래는 노래방에서도 환영 받을 만큼 신나는 노래죠. 나머지 곡들은 ‘혼코노’를 추천합니다. ^^

제 최애곡은 ‘차우차우’ 이지만 그들을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곡이 ‘고백’인데요. 역시 조승우가 손예진(이 때 손예진은 국민 첫사랑이었죠!)과 주연한 영화 ‘클래식’의 삽입곡으로 쓰이면서 메가 히트를 했죠. 뮤직비디오도 영화 장면을 사용해서 꽤 많이 보여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승우는 델리스파이스 감성을 잘 전해 주는 배우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고백’의 가사는 역시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인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이 곡의 가사를 ‘H2’ 주인공들의 시점에서 들어보면 감정이입이 절로 되죠. 저는 못 봤지만 ‘응답하라 1997’에도 삽입되었다는 데 이 드라마도 대놓고 ‘H2’를 오마주했다고 하니 세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의 감성이 통한 것 같습니다.

‘달려라 자전거’는 최고의 사랑고백 노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데요. 시종일관 밝고 수줍은 가사와 경쾌한 멜로디가 사랑에 빠져 있는 이들이 들으면 상승효과까지 더해져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곡입니다. 이 곡은 리더인 김민규가 아닌 베이시스트 윤준호가 작곡하고 보컬도 거의 담당해서 조금 새롭게 들리지만 100% 델리스파이스 감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차우차우’ + ‘항상 엔진을 켜둘께’ + ‘달려라 자전거’를 무한반복하면 온갖 잡생각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밝고 애틋한 사랑 노래만 하는 밴드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같이 정말 우울함의 밑바닥까지 들어가는 곡들도 있습니다. 이 곡이 수록된 3집은 전체적으로 우울한 감성이어서 오히려 매니아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MBC에서는 음반 전체가 금지곡 지정되어 논란도 있었는데 아직까지도 금지 상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이가 없습니다. 영어 가사로는 훨씬 더 심한 곡들도 이슈 없이 틀면서 철학적인 우리말 가사에만 가혹한 건 문화사대주의인지 무식한 건지…

7집 이후로 정규 앨범이 안 나오고 있어서 사실 상 해체 상태인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저는 7집도 상당히 좋았는데 많은 분들이 델리스파이스가 변했다고 하며 상업적으로 성공은 못한 것으로 아는데 듣는 나도 나이 들어가면서 감성이 변해가는데 뮤지션이 함께 변해가는 것을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전의 감성을 원하면 그 때의 앨범을 들으면 될 것 같고요.

김민규 개인의 프로젝트 밴드인 ‘스위트피’로는 최근까지 신곡을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그의 감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델리스파이스’의 음악을 듣고 싶네요. 8집 준비하다가 무슨 사정으로 엎어진 것 같은데 다시 활동해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8집 선공개곡들은 최근 인기 있는 페퍼톤스 느낌도 나서 대중성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사랑과 이별에 관한 가사의 곡들이 많은 밴드이기 때문에 사랑에 설레고 이별에 아파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들이 많습니다. 어릴 적 혼자 즐겨 보자던 유치한 감성에서 벗어나니 이제는 제가 좋아하는 가수나 밴드를 더 많은 분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생겼네요. 함께 즐겨 주시길!

3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