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빛

By @ddllddll8/31/2018b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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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헤르만 헤세


안녕하세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요즘처럼 저녁 바람이 시원히 부는 날엔 무조건 밖에서 산책을 했었는데...
ㅎㅎㅎ 오늘도 다 지난 옛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감성에 젖어 봅니다^^;

오늘 포스팅의 서두는 헤르만 헤세의 시로 열어 봤어요.
너무 좋아서 종종 꺼내어 펼쳐보곤 하는 글이랍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사실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아니,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지긋지긋했어요.

동시암송대회를 아시나요?

동시암송대회는 무조건 많은 동시를 외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각 반에서 대표를 뽑아 한 무더기의 동시를 뭉텅이로 던져주고는 달달달 외우도록 시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집에서는 선생님의 사주를 받은 엄마가...
진짜 괴로운 대회이지요.

도대체 왜 그 많은 동시를 달달달 외워야 하는지...
도대체 왜 그것을 전교생 앞에 나가 발표하고, 누가 많이 외웠나를 평가해 상을 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나갈 때마다 상을 탔다는 사실을 깨알 자랑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동시든 시든 너무 너무 싫었어요.
대회 때가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설책을 많이 봤지요.

그럼 언제부터 시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중학교 1학년, 복도를 지나다 우연히 액자 속에 담긴 이 시를 만나고부터 입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광야>


당시에는 이육사 시인에 대해 알지 못 했어요.
저항시인이라는 것도, 이육사라는 이름이 수감번호 264번에서 왔다는 것도.

어떤 말을 골라야 그 때 제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지 한참을 이 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군요...몹쓸 어휘력;;

'광야'라는 시를 읽었을 때 느낀 머리가 텅 비는 듯한 느낌,
시어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제 머릿 속으로 밀려 와 모든 생각을 정지시킨 듯한 느낌.
그 느낌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뿐입니다.

그 때부터 시가 좋았어요.
처음에는 이육사 시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보았고, 그러다 다른 시인들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시를 읽게 되고...

저에게는 참 고마운 시입니다.
시가 없다면 제 삶이 퍽 건조했을 것 같거든요^^


저는 문학을 사랑합니다.
문학이 없는 날들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많이요!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하고, 손 닿는 곳에 책이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시든 소설이든 문학이라는 것은 어쨌든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요.
하지만 우리는 문학 속 주인공에게서 '나'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나와는 하등 상관 없는 글이지만 그 안에서 뭔가 나와 비슷한 공감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주인공의 고민거리에 함께 머리를 감싸쥐기도 합니다.

'나'는 나에게 는 '나'이지만 '너'에게는 '내'가 아닌 것처럼
'나'도 '너'도 결국 같다는 보편적 공감을 위안삼으려는 태도는 아닐런지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치 않다는데...
이유를 찾고 싶지 않아도 문학이, 책이 좋은 이유를 당장 몇 가지라도 말할 수 있으므로...
헤세의 시를 다시 인용해 봅니다.

이 세상 모든 책들이
그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아
하지만 가만히 알려주지
그대 자신 속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에게 필요한 건 모두 거기에 있지
해와 달과 별
그대가 찾던 빛은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으니

그대가 오랫동안 책 속에 파묻혀
구하던 지혜
펼치는 곳마다 환히 빛나니
이제는 그대의 것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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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에게 제 책꽂이를 빼앗기면서 얼마 남지 않은 책을 일일이 살피며 또 한 번 정리를 마쳤습니다.
버려진 수많은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하지만 최종 선택받은 책이라도 달라질 것이 있나요?

창고방 신세...ㅎㅎ;;

둥이들이 좀더 자라면 제가 읽었던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어릴 때 아빠, 엄마의 책꽂이를 탐했던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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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0순위 둥이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 중이예요.

반찬이 하나 뿐인데도 밥도 잘 먹어요;;;
오늘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사용해봤는데...치킨너겟에만 심취해 다른 반찬 만드는 걸 잊었어요..ㅠ
그래도 잘 먹어주어 감사했습니다.


지난 며칠 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 하고, 힘든 날들을 보냈는데요.
이 글을 쓰면서 조금은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서 그런 가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예요.
나머지는 열심히 살면 부수적으로 잘 따라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자꾸만 글이 길어지네요,,,
그래서 좀 두서없지만 이쯤에서 줄이겠습니다.
이렇게 주절주절 올리면 정독할 사람은 딱 한 사람있지요

'저요!'

몇 번이고 정독하며 글을 완성한 저에게 박수 한 번 쳐 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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