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는 이상, 자신이 쓴 글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까?

By @dakfn2/20/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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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은 @thecminus 님이 그려주셨습니다.)

(이 글은 남들에게 무슨 강요를 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글쟁이로서 본인 스스로의 철학을 주절거릴 뿐임을 알립니다. 그리고 그런 정도의 높은 기준으로 글을 쓰는 분들에게만 해당될 조언임을 밝힙니다. 이 높은 기준에 맞출 정도의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목이 도발적이라 도망갈 구석부터 말해야겠다. 당연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말이 진리는 아니다. 그러니 제목만 보고 떡밥인가 싶으신 분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글을 쓰고 보상을 받는, 즉 글로 돈을 버는 행위를 함에 있어 이것을 남들과는 다르게 특별히 많이 받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를테면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글’이라면, 나는 스스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보는 편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교환을 의미한다. 교환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제공하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남에게 받는 걸 뜻한다. 이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상대가 판단하는 것이다. 이걸 만일 내가 판단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가진 능력, 즉 나의 글에 어마어마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늘 하루 숨 쉰 이야기를 쓰고 집 한 채 가격을 내 놓으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내가 오늘 숨 쉰 이야기는 남에게 있어 0.01$ 의 가치도 될까 말까 할 거다. 나의 글은 철저하게 상대에 의해 판단되고, 그가 지불한 대가에 의해 가치가 결정이 된다.

이러한 괴리는 글로 돈을 벌고자 하는 초기에 엄청난 혼란과 분노를 유발한다. 말 그대로 영혼을 갈아 넣어서 쓴 글인지라, 내가 볼 때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홈런을 칠 것이라 생각하면서 남에게 내 놓았는데, 실망스럽게도 남들은 거들떠도 안 본다. 그럴 때면 이건 뭔가 세상이 크게 잘못된 거라고, 글의 가치도 못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말 그대로 남탓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내가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해서 남들도 그걸 알아주라는 법은 없다. 나한테 예쁘다고 남한테도 예쁜 것은 아니다. 자식 자랑이 팔불출인 이유가 거기 있다. 대부분은 자기 새끼를 자랑하며 “세상에 이보다 예쁜 건 없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니 새끼 정말 예쁘네요^^”라고 맞장구를 쳐 주면서도, 속으로는 ‘어이구 이 화상아 참 못났다..=_=’이렇게 생각하는 게 대부분일 것이다. (나만 그런가?;;;)

내가 쓴 수백 개의 글 중에서 적은 보상을 받은 것 중 몇 개는 내가 최고로 잘 썼다고 스스로 감탄하며, 심지어 홍보하려고 스달까지 보낸 글도 있다. 하지만 글들의 보상은 처참했고, 그나마 댓글이라도 많이 달리면 고래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나 싶을 때도 있으나, 댓글조차 없었으니 그건 결국 내 스스로의 자뻑에 불과한 셈이 된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고상한 사람 중에는 돈을 매우 천시하며, 자식과도 같은 글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런 생각도 당연히 이해하며, 그들을 추앙하거나 혹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글을 쓰는 사람의 삶의 여러가지 방식 중 하나일 뿐이니까.

나는 글 쓰는 것 밖에는 하지 못했고, 하고 싶지 않았으며, 결국 글로 돈을 벌기 위해 현실과 많은 타협을 했다. 이를테면 현실의 배고픔에 굴복했다고나 할까.

그런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나의 글의 모양을 바꾸는 것을 서슴지 않았고, 그런 태도를 지닌 작가들을 존경했으며, 그래서 대박쳐서 책 많이 판 작가들이 가장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적어도 글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런 태도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전에는 책을 내야지만 글로 돈을 벌 수 있었으므로 책을 낸 사람만 프로라고 칭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기준대로 여기에 글을 적는, 그래서 글로 돈을 벌고자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프로라고 생각하며, 프로라면 당연히 자신의 글에 대한 판단을 남에게 맡겨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보팅을 하면서도, 스스로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 셀프보팅에 대한 이야기다.

스팀잇에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은 여러 부류가 있다. 첫째는 자기가 가진 자본으로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이다. 이른바 스파가 많은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 밖에는 없다. 자기가 글을 쓰거나, 남의 글에 보팅을 찍어주거나. 그런데 남의 글에 찍는 것보다 자기가 글을 쓰는 게 보상이 몇 배는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가 글을 쓰고 자기의 글을 스스로 평가하는 문제가 매번 갈등을 야기한다. 나는 이게 구조적인 문제라 보며, 많은 분들이 내 놓은 의견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자본이 아닌, 나처럼 글만 써서 벌려고 온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 나는 글 실력이야 어쨌건 프로라고 본다. 예전에는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기준이 엄격했다. 경쟁을 통해 소수만이 선택되었고, 그렇게 등단한 사람들만이 글로 돈을 버는게 허락되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등단의 길이 넓어졌다. 기존의 신문사에 투고를 하는 외에도 인터넷으로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것으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전적인 데뷔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기존의 등단 작가들에게는 좀 무시를 당하는 경향도 있다. 뭐, 애초에 이런 분야는 독자층이 다르긴 하다. 이른바 노는 물이 다르다고나 할까. 문예지에 등단해서 책으로 팔리는 것과는 다르게, 인터넷에서 팔리는 부류다.

지금은 더더욱 넓어졌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스팀잇에 글을 쓰고 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이미 그 옛날 등단을 해서 벌었던 사람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생각에 가치를 부여해서 교환하는 행위, 즉, 글을 돈으로 바꾼다는 것은 그 옛날부터 꽤나 고상한 일로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비록 그 허들이 낮아지고 그렇게 버는 돈이 아무리 적다해도,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본이 아닌 글로써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자신의 글을 스스로 평가하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보팅봇을 이용하거나 셀프보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글이 아무리 훌륭해도 보팅을 꺼리게 된다. 원칙적으로 셀프보팅과는 관계없이 좋은 글에는 보팅을 하는 게 맞고, 그래서 자신의 글을 스스로 평가해서 보팅봇으로 그만큼의 보팅을 했다는 글을 보고도 글이 좋아서 보팅을 하긴 했으나, 그렇게 셀프 보팅이나 보팅 봇을 이용한 글은 프로로서 정당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음반 사재기 같다고나 할까?

소설 연재사이트에서 가장 꼴불견으로 치는 것은 이른 바 ‘다중이’라 말하는 행위이다. 다른 계정으로 자신의 글을 추천하는 행위 말이다. 물론 독자들은 귀신같은 눈을 하고 있고, 사람의 문장이란 사람의 지문과도 비슷해서 문체의 특이함은 금방 표시가 난다. 사소한 특징 하나로도 그 문장이 같은 사람에 의해 작성되었음이 밝혀진다. 다중이는 대게 짧은 시간에 들통 나기 마련이며, 그러한 적발 행위는 매우 치명적이고도 쪽팔린 흑역사가 된다.

여기에 글을 쓰는 게 과연 그런 것과 비견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있겠으나,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엄격한 기준으로 글을 써서 책을 내고도 얼마 못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여기서는 글 하나만 히트 쳐도 그런 책이 천권도 넘게 팔려야 받는 돈을 글 하나로 받는 일도 있다. 나는 글로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 그 둘이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 역시 셀프 보팅을 할 때가 있다. 위에 적었듯이, 영혼을 갈아넣고 쓴 글이 보상을 못 받은 경우에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며칠 뒤 슬그머니 셀프보팅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후로 많은 보상을 받으면서 나는 웬만하면 보상이 많은 글에는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 당연히 많은 스파를 임대 받으니 그렇기도 하지만, 이른바 글로 돈을 벌겠다는 프로라면 당연히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두에 적었지만 이 글은 강요도 아니도 가이드라인도 아니다. 또한 허세를 떨고자 하는 것 역시 당연히 아니다. 다만 글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좀 더 높은 기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직업의식? 정도는 있으면 어떨까 해서 써 본다. (스팀잇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분이 뭐라 할지도 모르겠다...그런데, 돈을 벌면 일단 부업이든 본업이든 직업이 아닐까?)

요 며칠 홈런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홈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도, 역시나 어느 정도 공을 들인만큼 나 스스로의 평가치가 높아서 이 역시 별볼일 없이 끝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혹은 어쩌면 남들에게 엄청난 홈런을 안겨 줄 떡밥이 되는 건 아닌가 약간의 걱정도 해 보며 글을 마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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