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것인가, 바꿀 것인가, 바뀌기를 기다릴 것인가

By @dakfn9/30/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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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나도 변절자일지 모른다. 우리가 스파가 없지 입이 없냐던 나는 어느새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현실적으로 그 효용을 따지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나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때 나는 가진 게 없어도 할 말을 했었는데, 그런 나에게 적지 않은 스파가 주어졌었고, 그 스파를 토대로 할 말을 하려 했는데 의도치 않은 비난도 받았고, 이 스팀잇의 정치 시스템이 굴러가는 방식을 이해하는 순간 극단적 회의와 일말의 희망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깨달은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힘이 없는 정의는 죄악이다.’

그리고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스파가 없다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도 보통의 스파가 아니라 증인마저 다운보팅 시킬 정도의 스파 말이다. 그 정도 스파가 있으면 증인따위 그냥 다운보팅해버리고 다른 증인 올려서 갈아치우면 될 테니 말이다.

스팀잇은 대단히 야만적이다. 사실 민주화의 문명이라는 것도 그 끝은 야만적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평화 시위라고 해도 여차하면 폭력으로 변질되거나 더 큰 폭력으로 진압되기 때문이다.

스팀잇은 무규칙 이종격투기같기도 한데, 오히려 더 단순화시킬 수도 있다. 힘이 전부다. 스파가 전부다. 스파만 많으면 증인도 마음대로 뽑거나 심지어 자기가 증인이 될 수도 있고 모든 규칙도 마음대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걸 보면 현실 정치와 너무나 닮아 있다. 말이 민주주의지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하수인일 뿐이다. 소수의 부자가 50%의 권력을 갖고 다수의 빈자가 나머지 50%를 갖는다. 그리고 나머지 1%를 빈자를 위하는 부자와, 부자를 위하는 빈자가 오가며 권력을 가름한다.

조금 정 떨어지는 말이지만, 스팀잇은 우리 인생을 강제하지 않는다. 스팀잇이 부조리하다고 느끼면 갈아타면 그만이다. 다만, 나 역시 갈아타려다 보니 결국 이 세상도 똑같고 다른곳도 똑같고 결국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한국에서 못 살겠다고 외국 가봐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다 똑같다. 그 진보와 민주라는 것에 있어서 1% 정도의 차이 정도가 있을 뿐이다. 51.6%의 당선자가 한국을 얼마나 퇴보시켰는지 따져보면, 그 1%가 커다란 변화를 만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팀잇의 증인에 대한 비판이 많다. 나는 스팀잇의 증인, 그리고 개발자들이 모두 착한 사람이고 이상을 위해 뭉쳤다고 생각지 않는다. 돈독 올라서 이기적인 행동으로 해악을 끼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걸 솎아낼 수 있느냐는 것인데, 인간 사는 곳에는 그런 시스팀에 존재할 수가 없다. 아무리 선진화된 국가라 해도 결국 반반의 인간이 섞여 있다. 공익을 위한다면서 이기적인 탐욕을 추구하는 인간이 절반이고, 그렇게 챙길 수 있는 자리에서도 이타적인 희생을 하는 사람이 반반이다. 어떤 님은 결국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라고 하던데, 구분을 두면 분명 차이가 발생한다. 기간이든 범위든, 어쨌건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이 이기적이라 하더라도 비교되는 이타적인 인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팀잇의 증인 역시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보상만 타 먹고 부계정 동원하며 수익사업에 몰두하고, 스팀이 망하든 말든 온갖 농간을 부리는 증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의 가능성을 믿고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인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증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후자가 더 세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스팀은 진작 망해 사라졌어야 할 텐데 스팀은 여전히 건재하지 않은가? 그게 바로 아직도 51%는 희망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사회는 살아남았고 진보하고 있다. 여전히 국회에는 쓰레기 같은 작자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팀잇 역시 그런 나쁜 증인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팀잇은 돌아가고 있고 개발되고 있으며 여전히 변화, 발전하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나면 간단하다. 다른 플랫폼이 더 낫다고 생각하면 옮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글쎄.. 다른 곳이 과연 스팀잇보다 압도적으로 깨끗하고 부조리가 없을까? 내가 볼 때는 다 거기서 거기다.

나는 맹목적으로 스팀잇이 짱이다, 모든 증인 만세다라고 하는 게 아니다. 스팀잇 깔 것도 많고 얼척 없는 증인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보복이 두려워서 할 말도 못하냐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나는 두렵다. 내가 글을 쓰자마자 이상한 계정이 와서 다운보팅 먹이고 사라지고 반복하면 나는 스팀잇을 그만둘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 말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변화를 못 가져오는 게 아니다. 일 못하는 증인을 까는 것과 비등하게, 제대로 일하는 증인을 응원하는 것으로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는 그 어떤 보복도 없다!)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이룩한 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나마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 시스템하에서 나의 한표는 오로지 내가 응원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쓰일 수 있다. 물론 스팀에는 다운보팅이 존재하지만, 투표 시스템에는 다운 투표가 없다. 오로지 응원하는 사람을 위한 표만 존재할 뿐이다.

때문에 나는 같은 에너지라면 상대를 비난하는 곳에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응원하는 쪽에 쓰기를 권하고 싶다. 반대쪽 증인들을 욕하면서 비난하기 보다는 우리쪽 증인을 응원하는 데 썼으면 좋겠다. 물론 이 마저도 모두 마음에 안 든다면 떠나면 그만이다. 스팀은 증인시스템이 핵심인데, 이게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 스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더 나은 곳으로 가면 된다. (내가 볼 때는 오늘 담합 의혹이 터진 다른 쪽 동네도 별 다를 바는 없어 보이기는 한다.)

이런 나의 변절이 대단히 비열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래에 비하자면 턱없이 부족한 스파를 지닌 내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결국 거대한 스파를 가진 사람의 다운 보팅 한 방이면 블라인드가 된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효율적인 방식을 취하고자 한다. 강대국에 대해 테러를 일으켜서 즉각적인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지만, 느리더라도 조용히 소국의 국력을 키우고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스팀잇이 마음에 안 들면 떠나면 그만이다. 바꾸고 싶다면 엄청난 스파를 보유해야 한다. 둘 모두 마음에 안 든다면 조용히 뜻이 맞는 사람을 응원하면서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답답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보니까 세상이 바뀐다는 게 다 그렇더라. 지금이야 스파가 짱이요 증인이 왕처럼 보이지만, 먼 훗날 가입자가 수백만 수천만이 되면 그 때는 할 말 해도 된다. 지금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할 말 다 하다가는 떠나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옳은 말 하던 분들은 다 떠났다. 그게 현실이더라.

나 역시 떠나면 그만이었으나, 그래도 스팀을 믿고 희망이 있기에 나는 조용히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물론 투표권에는 얼마든지 소신을 줘도 된다. '아직까지는' 망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이 스팀잇의 시스템이라는 게 그렇다.

(다음글은 외부가치의 내재화와 SMT를 기다리는 이유를 적어볼까 합니다.)

ps

오늘의 웃음 짤
맨 위 빨간 링크들어가서
번역기 돌렸더니 이런 댓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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