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회계에 미칠 영향

By @cpal12/18/2017blockchain

주변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식을 줄 모른다.
나도 그 열기에 동참해서 거래소를 핸드폰으로 다운받고, 소액이나마 암호화폐를 원화와 교환을 해봤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 하고, 이메일과 핸드폰 인증만 거치면 비트코인을 간단히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처음엔 비트코인이 암호화폐를 총칭하는 단어인 줄 알았다. 마치 호치키스가 스테이플러인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 코인은 다양했고, 코인마다 ‘백서’라는 것이 존재하고, 특징이 다르며 아기자기한 심볼도 있다는 점을 돈을 넣고 알았다. 마치 주식시장 같다고 할까나.
코인의 ‘백서’는 회사의 재무제표이고, 코인에서 파생되는 기술은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과도 같아 보였다.

다만, 다음의 이유로 내게는 코인이 주식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가왔다.

  1. 무엇보다도 재밌다. 가격 변동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말이긴 하지만, 나처럼 부담없이 소액으로(경험삼아) 투자하는 사람에겐 변동성이란 흥미요소다. 어플을 켜서 내투자목록을 봤을 때 코인별로 빨간 숫자가 찍혀있으면 그 금액이 얼마던 간에 뿌듯하다. 파란색이 나올 때는 슬프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재미요소인 것 같다.
  2. 간편하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의 간편이다. 회계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나는 주식을 매매하는데 있어 제약이 따른다. 우선 내가 감사팀으로 참여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지 못한다. 이 부분은 독립성* 측면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서 내가 속한 법인(회계법인)이 감사고객으로 있는 회사의 주식도 못산다는 것이 문제이다. 4대법인 중 하나에 속한 회계사는 대략적으로 봐도 대한민국의 4분의 1 회사의 주식을 사지 못한다. 또한, 내가 주식을 보유하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우리 법인이 내가 주식을 가진 회사를 감사고객으로 수임하면 나는 3개월 내에 내가 원하는 수익률을 실현도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암호화폐는 이런 제약에서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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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돈이나마 돈이 걸린 일이다 보니 그 전에는 관심도 없던 코인들을 알아가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암호화폐에 무지한 것 같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화폐보다도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가 있었는데..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태생이 문과인 나로서 이해하기 힘든 기술이지만 나무위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정도의 개념을 얼핏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암호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로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한다. 기존의 중앙 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는 것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기록을 보여주며 서로 비교해 위조를 막는다.”

여기서 내 눈을 번뜩이게 한 구절은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기록을 보여주며 서로 비교해 위조를 막는다”라는 구절이다. 왜냐하면 이는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의 존재이유인 “정보의 비대칭”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대시대의 다양한 직업군(특히 문과)들은 정보의 비대칭을 자원 삼아서 돈을 번다. 어떤 집이 좋고 나쁜지 몰라서 우리는 부동산을 끼고 집을 알아본다. 주식을 사고 팔 때도 우리가 매번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유는 증권사가 모르는 상호간의 거래를 보증해주기 때문이다.

회계업계도 마찬가지다. 회계사의 업무는 크게 감사/세무자문/재무자문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좋든 싫든 간에 이 중에서 감사는 법으로 명시된 회계사 고유의 업무이자 그 시장의 규모도 가장 크다.

그러면 대체 왜 감사를 받아야 할까?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대규모 자본주의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아래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100원씩만 돈을 받는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전서계 인구가 60억이었으니 저대로만 된다면 6천억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돈을 주는 사람 입장에선 100원정도야 길에서 흘려도 아쉽지 않을 수 있는 사소한 금액 아닌가.(환율차이로 100원의 가치가 변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하자….)

주식도 이와 마찬가지로 소액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면 대규모 자금이 발생하고, 이 자금을 숙련된 사업가가 운용을 함으로써 경제를 돌아가게 하고, 혁신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와 경영자가 분리된 상황에서는 그에 따르는 단점도 따르기 마련이다. 바로 경영자가 무엇을 하는지 투자자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실제로 본인이 달성한 성과보다 성과를 더 좋게 만들어 보이게 하고, 이를 이용해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기 위해서 손실을 숨기고 돈을 빌리다가 결국 도산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위험” 혹은 “대리인 위험” 등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위험을 현재는 “독립된 제 3자의 인증”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해결한다.
가전제품을 사면 K마크가 붙어있다. 중고차를 살 때도 이 차가 최소한의 기능은 할 것이라는 인증을 받는 차는 가격이 더 나간다. 마찬가지로 재무제표도 독립된 제 3자인 감사인이 도장을 찍어야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상장회사가 감사를 받지 못하면 상장 폐지가 되어버니깐 어떻게 보면 감사의 적정의견이란 재무제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정보비대칭의 환경하에서 인증업무를 하는 회계사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은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기록을 보여주며 서로 비교해 위조를 막는다”라고 한다. 그 말은 즉, 정보비대칭이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는 말 아닌가. 그럼 독립된 제 3자로서의 회계사도 필요가 없어 보인다.

나름 힘들게 얻어낸 나의 밥그릇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지만 어쩐지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다. 아직 현실감각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1. 어찌되었던 간에 기술발전은 긍정적이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정보가 대칭되게 배분되면 더 효율적으로 경제적 의사결정이 이루어 지겠지.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계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언제 한번 거래처회사의 총계정원장을 받은 적이 있는데 ERP에서 바로 내려받아 가공받지 않은 것이라서 그런지 이해하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나름 유저프랜들리한 회계프로그램도 이런데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날것의 기록은 얼마나 불친절할지 감도 안온다.
그런 정보의 불칠절만 문제는 아니다. 단순거래는 생각할 일이 적지만 거래가 복잡해질수록 판단의 문제가 개입된다. 회계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팔았다고 매출이라고 잡을 수 없다. 인도기준, 발생기준, 선적기준 등 매출을 인식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고 어떤 기준으로 수익을 인식할 지는 전문가적 판단이 따른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는 그런 판단 까지는 포함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계사는 아마 블록체인이 상용화된 미래에 날것의 원장에 대중들이 관념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회계정보를 창출하는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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