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정전

By @code9997/29/2018kr

벌써 두번째다.
어제 저녁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무선 스탠드 불빛만 남겨두고 갑자기 암흑으로 변해버린 집에서 휴대폰 플래쉬에 의존해 두꺼비집을 열어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

어쩌다 한번씩 전력이 과부하되거나 해서 전기가 나갈 때 이렇게 하면 바로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
원리는 잘 모르지만 관리실에서 예전에 알려준 방법이다.

아마도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다 보니 전력이 잠시 과부하됐었나 보다.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다는 건 한밤중에야 생각났다.
뒤늦게 가보니 세탁기는 멈춰있었고 안에는 물이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늦은 시간이라 내일, 그러니까 오늘 다시 돌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전기가 나갔다.
오늘도 35도가 넘는다는 얘기를 막 하고 난 후였다.
낮이라 손쉽게 두꺼비집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

일단 에어컨을 끄고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연속해서 이틀 전기가 나간 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세탁기 생각이 났다.
어제 못 돌린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탁기 남은 시간은 41분.
어제와 거의 비슷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설프지만 세탁기와 에어컨이 공존할 수 없는 거라 결론냈다.
일단은 세탁기를 돌릴 때까지만 참자.
40분만 기다리자 했지만 하필이면 요리 중이라 주방에서 더운 김이 푹푹 나오는 거 같았다.

과부하로 전기가 순간 차단되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작년에도 이렇게 전기가 차단됐을 때 냉장고가 고장이 났었다.
한여름에 냉장고 안의 음식들을 다 꺼내고 새로 냉장고를 사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던 건 정말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일이었다.
그 때 결국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들은 김치냉장고로 옮겨둔 거 몇 개만 건지고 다 버려야 했다.

냉장고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스팀다리미도 고장이 나서 버려야 했다.
이케아에서 싼 값에 사온 멀티탭도.

덥고 끈끈한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
어제는 비까지 와서 그런지 잠깐 걸어다녔는데도 온 몸이 끈끈해져서 동남아에 와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도 없는데 가끔씩 이렇게 전원이 차단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또 어떤 게 고장이나 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세탁기 돌아가는 40분이 유독 길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서 이제 다시 에어컨을 틀었다.
빨래도 모두 널었다.

지금은 이 여름이 길고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이제 곧 여름도 지날 것이고 금세 춥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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