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번째다.
어제 저녁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무선 스탠드 불빛만 남겨두고 갑자기 암흑으로 변해버린 집에서 휴대폰 플래쉬에 의존해 두꺼비집을 열어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
어쩌다 한번씩 전력이 과부하되거나 해서 전기가 나갈 때 이렇게 하면 바로 다시 전기가 들어온다.
원리는 잘 모르지만 관리실에서 예전에 알려준 방법이다.
아마도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놓다 보니 전력이 잠시 과부하됐었나 보다.
세탁기를 돌리고 있었다는 건 한밤중에야 생각났다.
뒤늦게 가보니 세탁기는 멈춰있었고 안에는 물이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늦은 시간이라 내일, 그러니까 오늘 다시 돌려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또다시 전기가 나갔다.
오늘도 35도가 넘는다는 얘기를 막 하고 난 후였다.
낮이라 손쉽게 두꺼비집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
일단 에어컨을 끄고 무엇이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연속해서 이틀 전기가 나간 게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문득 세탁기 생각이 났다.
어제 못 돌린 세탁기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탁기 남은 시간은 41분.
어제와 거의 비슷한 시간이 남아있었다.
어설프지만 세탁기와 에어컨이 공존할 수 없는 거라 결론냈다.
일단은 세탁기를 돌릴 때까지만 참자.
40분만 기다리자 했지만 하필이면 요리 중이라 주방에서 더운 김이 푹푹 나오는 거 같았다.
과부하로 전기가 순간 차단되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작년에도 이렇게 전기가 차단됐을 때 냉장고가 고장이 났었다.
한여름에 냉장고 안의 음식들을 다 꺼내고 새로 냉장고를 사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던 건 정말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악몽같은 일이었다.
그 때 결국 냉장고 안에 있던 음식들은 김치냉장고로 옮겨둔 거 몇 개만 건지고 다 버려야 했다.
냉장고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스팀다리미도 고장이 나서 버려야 했다.
이케아에서 싼 값에 사온 멀티탭도.
덥고 끈끈한 날씨가 연일 계속된다.
어제는 비까지 와서 그런지 잠깐 걸어다녔는데도 온 몸이 끈끈해져서 동남아에 와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도 없는데 가끔씩 이렇게 전원이 차단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또 어떤 게 고장이나 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세탁기 돌아가는 40분이 유독 길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서 이제 다시 에어컨을 틀었다.
빨래도 모두 널었다.
지금은 이 여름이 길고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이제 곧 여름도 지날 것이고 금세 춥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