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무조건적인 친절과 오지랖은 화를 불러온다.

By @choim5/1/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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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실상 배설글이다. 최근에 내 머리를 상.당.히 아프게 했던 일이 있어 뭉뚱그려 써보려고 한다. 별로 영양가 없는 내 최근 이야기이니깐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내가 잘못한 것인지도 몰라 이렇게 편한 장소에 일기처럼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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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 오지랖이다. 난 유학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했고,덕분에 다양한 기업의 인사팀분들과 교집합이 자주 생겨 자연스레 인맥이 형성되었다. 또한 작년 초부터 전역 직전인 9월까지 활발하게 국내에서 구직활동을 했다. 방법은 몇백개에 달하는 회사를 내 멋대로 분석하고 추려내서 인사담당자 혹은 일반 사원 심지어는 CEO, CTO까지도 연락처를 알아내 내 이력서와 회사에 관심이 있다는 메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마음에서인지 답변이 왔고 다양한 회사들을 탐방 다녔다. 이 덕분에 다양한 인맥이 형성되었고, 특유의 오지랖이 겹쳐 연락이 대부분 끊기지 않고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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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이야기는 후에 Life Story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무튼 그렇다보니, 사람이 필요한데 잘 구해지지 않을 경우 나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시작은 진심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를, "우리 회사 언제 올거야?" 라는 말로 시작하고 결국 사람을 소개 시켜주게 된다. 물론 나도 아무나 소개 시켜주진 않는다. 아무리 취직이 급한 친구여도 추천해주기 알맞지 않으면 찾아보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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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길었다. 저번 주말, 아는 여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래전 동아리를 같이하던 동생이었고, 오랫만이라서 연락을 하는데, 갑자기 혹시 취업자리 없냐는 질문을 해왔다. 약간 의아했지만, 마침 아는 형네 회사에 해외 영업지원 자리가 있어서 추천을 해줬더니, "와 오빠 진짜 헤드헌터 일 하나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불안감이 업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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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가 X라는 친구를 좀 유망한 IT 솔루션 회사 인사팀장님과 연결 시켜 준 것이었다. 약 한달 반 전 일이었고, 알아보니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소개를 시켜준 뒤로는 딱히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요구하는게 있고 인사팀의 안목이라는게 있으며 나도 사람이니 개인 감정이 들어간 추천을 했을 수도 있기에 원하는 인재상에 맞지않으면 추천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는거다. 이건 당연한 부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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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떨어진 X는 우연히 4-5명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가 이런회사 최종면접까지 갔었다고 얘기하면서, 비공채 시즌에 면접을 보게된 썰을 풀면서 아무래도 내가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는것 같다고 말을 흘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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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라는 직업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내 호의가 결국 내 이득을 위해서였다는 걸로 변질되는게 화가 났다. 혹시 간단하게 요약해서 쓴한중일 연합 야구팀을 하면서 정치를 당했던 일을 읽어봤다면 내가 이런 오해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대충 감이 잡힐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대로 두면 더 큰 혼란이 올까봐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몇몇은 소개해준 친구나 인사쪽 분에게서 이미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해와서 합격한 걸 알고 있었지만 전부 연락하다보니 X만 빼고 전부 내가 연결시켜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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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혹시 내가 헤드헌터 일을 한다고 생각했느냐는 말을 돌려서 물어봤지만, 한 두명 빼고는 그게 뭐냐고 물어왔고, 한 두명 마저도 "형(너) 헤드헌터냐? 잘어울린다"라고 물어와서 '아니'라고 답변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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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X에게 카톡을 했다.
나:"혹시 이런이런 일을 전해 들었는데 의심해서 미안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
X:"심증이 가서 얘기했던게 있었는데 왜?"
나:"보이스톡 할게"
그렇게 다소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락을 했다. 이런저런 개인사랑 부모님 안부(나쁜뜻이 아니라 진짜 안부...)를 물었고, 이어서 본론, 왜 그런 심증을 했고 그걸 겉으로 꺼냈는지에 대해서다. 다소 횡설 수설하면서 대답하긴 했지만 요지를 모아보자면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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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연락 된 친구가 이런 좋은 기회를 아무 이유도 없이 줄 리는 없어서 의심했고, 또 최종면접에서 떨어진게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워서 이야기 하다보니 다들 본인을 띄워줘서 오바해서 심증도 자연스럽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사과하는 X에게 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자리였단다. 그리고 헤드헌터가 보상금액을 받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채용이 완료 되었을 때, 연봉의 몇십퍼센트를 받는 방식이라고 알려주며, 완전히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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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한테는 번거럽더라도 혹시 기회가되면, 뭐 기억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지만 나에 대한 심증은 틀렸었다고 해명(?)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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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부터 어제까지 별 것도 아닌 일이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다보니, 상당히 골치 아픈 일로 다가왔다. 쓰고보니 참 별 일이 아니었구나 싶다. 하지만 내 오지랖은 어디 안 가는지 어제 셋밖에 없는 대학교 알동기 동갑 친구가 원래 가려했었던 서울대대학원을 개인사정상 가지 않고, 상당히 아쉬운 조건으로 취업을 하려하길래, 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났지만, 적극적으로 아는 회사를 소개 시켜주었다. 버릇은 못 고치나 보다. 난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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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다 쓰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무조건적인 친절과 오지랖은 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 덕에 오래 이어지는 인연은 내게 너무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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