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맛집 ▪ 튀긴게 싫다면 물에 빠진 닭은 어때?▕

2018-11-09T09:56:51


나는 치킨이 싫다.
까마득히 어린 시절부터 나는 치킨이 싫다고 곧 잘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코웃음을 치면서 "치킨 싫어하는 애가 한마리를 다 먹니?"라며 놀려대곤 했다. 뭐, 어릴때야 한창 자랄때니깐 기호와 관계없지 잘먹지 않나? 싫어하는 것과 잘먹는 것은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순적인 주장이긴 하다.
어쨌거나 나는 치킨을 싫어하는데, 첫 번째 이유는 닭에 대한 두려움이다. 7살 정도의 나는 차 안에서 살아 있는 닭과 함께 갇혔던 적이 있다. 사실 갇혔다기 보단 그냥 차 안에 있었을 뿐이지만 그 당시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아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날, 시골 할머니는 분홍색 보자기에 닭을 머리만 내어 놓고 곱게 싸두었었다. 읍내인지 광주 한복집을 갔던건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할머니는 닭을 안고 차를 탔는데, 조수석에 있던 닭은 인형마냥 조용했다. 그래서 어린 나는 당연히 그게 살아있을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른들이 시장터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나갔다 오는 동안 나는 차안에 남아있었다.
푸드덕!!
그때였다. 인형인줄 알았던 닭이 날개짓을 하며 움직이는 것이었다. 물론 보자기로 묶여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그 녀석은 계속해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놀란 눈으로 닭을 보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끔찍하던지...! 그녀석은 결국 반쯤 보자기에서 빠져나왔고 나는 온 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다행히 어른들이 돌아와 상황을 마무리 해주었지만 지금까지도 닭 눈이 생각나 무서울 때가 있다.
두번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기름이다. 20살에 동대문에 갔다가 왕돈까스를 먹고 체한 이후로 튀김이란 튀김은 전부 싫어하게 되었다. 치킨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치킨만 먹었다 하면 체하는 바람에 거부감은 더더욱 커져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닭고기를 포기 할 수가 없다. 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가성비와 맛을 자랑하는 음식이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종종 물에 빠진 닭을 대안으로 삼곤 한다.
예전에 '집으로'라는 영화에서 치킨을 먹고 싶은 주인공 앞에 삶은 닭을 내어 준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그 반대의 경우이니 할머니가 나를 참 좋아하실 것 같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은 테이스팀을 쓸거라서 내가 정말 맛있게 먹었던 물에 빠진 닭을 소개하려고 한다. 인사동쪽에 있는 토속촌 삼계탕이 그 주인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력이 즐겨 드신걸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건물은 내가 좋아하는 한옥으로 되어있다.
안은 매우 넓은데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사진 말고도 방이 여기저기 더 있다) 혼자 온 외국인들도 종종 보이는 것을 보니 맛이 기대가 된다.
짠 ! 내가 시킨 것은 이 곳의 기본 메뉴인 토속촌 삼계탕이다. 가격은 꽤 비싼편인데 이 한 그릇에 16,000원이었다.
이 곳에서는 메뉴를 시키면 인삼주가 한 잔씩 나온다. 밥 먹는 동안 이걸 조금씩 나눠 마셔도 되고, 한번에 마셔도 된다. 나는 밥을 먹기전, 중, 후로 3번에 나눠서 마셔봤다. 미식가가 아니라서 큰 차이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먹고 나서 인삼향이 입안에 남는게 너무 좋았다. 1병에 만원씩 판매도 하고 있던데 이렇게 계속 생각날 줄 알았다면 사왔을거다. 다음에 가면 꼭 사다가 주변 어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먹다가 아차 싶어서 찍었는데, 원래는 인삼 한뿌리가 들어있다. 인삼도 정말 맛있었고, 삼계탕의 고기도 정말 부드러웠다. 처음에 너무 작아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영계를 쓰는 것인지 고기맛은 정말 좋더라. 고기 안에 들어있는 찰밥까지 쓱싹 하고나니 배가 불렀다.
인테리어부터 맛까지 가격빼고 전부 맘에 들었던 토속촌 삼계탕! 다음번에는 산삼배양근도 추가로 해서 먹어보고 싶다. 어쩐지 굉장히 건강해진 기분..!



#추천인 : @innovit

맛집정보

토속촌 삼계탕


[▏꼬맛집 ▪ 튀긴게 싫다면 물에 빠진 닭은 어때?▕](https://kr.tasteem.io/post/21720)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https://kr.tasteem.io/event/214)에 참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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