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기타를 사던 잠 못들던 밤 - 21살 나의 기타

By @caferoman2/20/2018no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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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차욕심 , 옷욕심 , 재물욕심 등의 소유욕이 적은 편입니다.
그냥 차는 굴러가면 되고 옷은 주요 부위만 잘 가려주면 되고 월급은 굶어 죽지 않을 정도면 되고...
뭔가 강하게 소유하기를 열망하는 아이템이 거의 없지만 하나를 꼽으라면 기타가 아닐까 싶네요.

12살 겨울즈음, 두번의 설과 한번의 추석 때 모아둔 세배돈 + 용돈으로 악기상에서 사온 이름도 없는 합판 상판+플라스틱 제질의 바디로 된 오베이션 기타와

18살 방학 때 한달반 노가다를 해서 중고로 장만한... 지금까지 저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일렉기타 Fender Blackie

그리고 2011년 케나다 출장을 가서 모든 비상금을 털어 사온 어쿠스틱 기타 Taylor 310 까지
(뭐 별로 비싼건 없네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겐 꽤나 가격이 부담스럽던 이었던 악기들이었네요.)

무엇보다 투자한 비용 대비 누리게 되는 행복감이
돈을 모으며 모델을 고르는 순간부터
구매하고 한참이 지난 뒤까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아이템이 기타 말고 다른게 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고 신해철씨의 노래가사가 저의 심정을 정확히 묘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낡은 전축에서 흐르던 가슴 벅찬 노래 알 수 없는 설레임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았지 처음 기타를 사던 날은 하루종일 쇼윈도우 앞에서 구경하던 빨간기타 손에 들고 잠 못잤지 - 영원히 - N.EX.T 1집 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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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에게 하나뿐인 일렉기타 Blackie가 올해로 21년 빈티지가 되었는데요, 그동안 너무 관리를 소홀이 한 탓인지 악기 상태가 회생불능 상태에 이르러서 리페어샵에서도 마음을 정리하라고 선고를 받았을 때 처음 음악이 너무 좋아서 뭣도 모르고 띵가띵가했던 그 시절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한참을 우울해 했었는데요.

트러스로드의 한계점까지 조정을 해서 겨우 가장 light한 게이지의 줄을 달아서 연주를 할 수는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기타를 잡고 연주를 하는데 세월을 버텨준 존재만으로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충분히 이 정도 기타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비상금이 있지만 제가 시작했던 음악들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준 하나 밖에 없는 기타 블랙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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