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스토리] 열두 번째 심부름 _ 3화

By @bbboy4/6/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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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맛**

순식간에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쁘다고 괜히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런 나를 제외한 상효와 손님들은 비교적 느긋한 느낌이었다. 하긴 이곳은 주문한 햄버거가 금방금방 나오는 패스트푸드점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을 기다리는 손님들도, 음식을 만드는 상효도 여유로운 것이다. 조금은 한가해진 매장 안을 둘러보던 나는 물을 마시며 주방 안에 있는 상효를 쳐다보았다. 상효도 일단 고비는 넘겼다는 듯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씨익 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이건 아마도 “어때 할 만해?” 하고 묻는 표정이리라). 그런 상효를 보며 나도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배고파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들이 매장을 나가면 그제야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에데라에서 홀서빙을 하지 않을 때도 이곳에 찾아와 밥을 얻어먹곤 했었다. 상효는 언제나 뺀질뺀질하게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나를 너그럽게 웃으며 반겨 주었다. 그런 상효가 오늘은 먹고 싶은 파스타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신이 나서 메뉴판을 팔랑팔랑 넘기던 나는 해산물관자토마토리조또를 콕! 찍었다.

최근 에데라에 관자로 만드는 요리가 두 가지 추가되었다. 관자를 넣은 뇨끼와 리조또인데, 이거 두 개 다 진짜 맛있다. 권상효 이놈이 내 친구라서, 심부름 의뢰인의 역할이라서 괜히 해주는 말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이 메뉴들 진짜 맛있다 (구체적인 설명 없이 “맛있다” 라고 밖에 표현을 못해서 죄송하지만,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관자는 3월과 4월이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즈음은 관자를 사용한 요리를 손님들에게 내어주는데 그 반응도 좋았다. 오늘도 관자가 들어간 뇨끼와 리조또를 손님들이 많이 주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뇨끼 같은 경우는 예전부터 상효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요리가 될 때까지 정말로 섬세한 변화를 하나하나 거치며 연구를 해왔었다. 그때 내가 옆에서 뇨끼 맛을 보며 평가를 했는데, 먹는 족족 “맛있다” 라고만 말을 해서 별로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내가 해산물관자토마토리조또를 먹고 싶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군말 없이 요리를 만들어주는 상효. 이번에도 나는 “맛있다!” 를 연발하며 리조또를 숟가락으로 푹푹 퍼먹었다. 그러자 나를 쳐다보던 상효는 자식새끼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고 뿌듯해하는 어머니의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듯 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부모님들은 자식들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른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거 말이다. 하지만 상효도 저녁까지 일을 하기 위해 의무적으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 상효는 냉장고를 뒤적이며 손님들에게 요리로 만들어 주고 남는 식자재로 자신이 먹을 음식을 만들었다. 그렇게 상효는 후라이팬을 잡고 설렁설렁 다시 요리를 시작했고, 이번엔 그럴싸한 팟타이 풍의 볶음면을 만들어 냈다.

  

**오후 4시**

이제 어느 정도 내가 할 일은 끝이 났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모두 나간 것이다. 상효도 밥을 먹고 조금 쉴 요령으로 에데라 입구에 ‘브레이크 타임’ 이라는 표지판을 세워두고 매장으로 돌아왔다. 상효는 쉬는 시간만큼은 푸욱 쉬어야 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이 시간은 되도록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기를 바란다. 브레이크 타임도 시간이 고정적이지 않고 조금 유동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그 간발의 차이로 전화로 예약을 시도하거나, 매장에 찾아오는 손님들 중에는 아쉽게도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도 더러 계셨다.

이 시간에 상효는 무엇을 할까? 상효는 주로 독서를 한다. 상효는 책을 통해서 요리를 공부하고 그 맛을 타인에게 검증 받길 원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표현을 잘 하지 않지만 어쩌면 상효는 배움에 대해, 새로움에 대해 계속해서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책을 바라보던 상효가 “더 잘하고 싶다” 하고 중얼거린다. 그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만 같다.

“언젠가 내 요리 실력이 더 발전하면 에데라보다 더 작은, 진짜 아담한 식당도 운영해보고 싶다. 하루에 시간별로 몇 테이블만 예약을 받고, 그 손님들이 원하는 주문요리를 해주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상효는 어느 매체에 인터뷰를 하거나, 광고를 하는 것에 조금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상효에게 좋은 음식점은 단순히 입소문을 통해 요리의 질이 포장되어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아닌 것 이다. 태어나 딱 한번 들려도 그 순간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갈 수 있는 곳. 그런 자신만의 기조가 말이나 행동이나 음식에 까지 베여있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에데라의 모든 것이다).

상효가 음식점을 차릴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이야, 상효 잘됐네.” 하고 축하해 줬지만, 사실 ‘잘됐네.’ 하고 마침표를 찍기에 상효는 아직 시작도 안한 느낌이다.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 계속해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그것을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낼 때까지 뚜벅뚜벅 앞으로 자알 걸어갈 것 같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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