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담 하나 먼저. 작년에 초4 아들이 묻더라. 아빠, 철학자 중에도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요? 꽤 있지, 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철학을 배우고 가르쳤는지는 몰라도 철학자는 아니야. 아들이 요약한다. 아, 돌팔이요! (업계에서 매장될까봐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겠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우리만의 고유한 사상이라는 걸 찾으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 내가 우리만의 고유한 사상이 전혀 없다는 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있을 테고 유의미한 대목이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시콜콜 출처를 따져가며 가리고 솎아서 우리 고유 사상이 최고라는 식의, 이 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고 내세우는 식의 국수주의가 아니다. 인류는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또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사상의 강물들을, 바다로 이어질 강물들을 만들어 왔다. 지금 필요한 건 이들 중 지금 필요한 것들을 찾아 종합하는 일이다. 부품들의 출처를 따지는 게 무슨 소용 있으며 무슨 기능을 하겠는가.
사상에서의 국수주의가 열등감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 중국이나 인도 같은 대국(?)에 대한 열등감, 사상에서의 소수 언어로서 한국어에 대한 열등감 등. 하지만 저들은 결코 이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으며, 반대로 아직 찾지 못했지만(언제인들 찾을 수 있으랴) 앞으로 찾게 될 고유한 사상을 외친다.
한국어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주제에 말이다.
박동환 명예교수도 그렇다.
하지만 무척 많은 자들이 '철학자'를 자임하면서 그런 주장을 한다. 누가 그러한지 더 밝히지는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