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한다'와 '못 한다'를 구별하자

By @armdown8/1/2018kr

들뢰즈 철학의 핵심에는 '안 한다'와 '못 한다'의 명백한 구별이 있다. 니체나 스피노자의 '힘'의 철학 역시 이 맥락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안 한다'와 '못 한다'는 다른 말로 '할 수 없다'라고 번역될 수 있는데 그 반대말은 당연히 '할 수 있다'이다. 그러나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는 말만 갖고는 힘의 차원이 충분히 설명/해명될 수 없기에 더 섬세한 구분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의 반대를 '할 수 없다'고 말하고 마는 것은 형식논리적 관점에서일 뿐이며, 실제로 '할 수 있다'의 반대는 '안 한다'와 '못 한다'의 두 가지이다.

'못 한다'는 의미에서 '할 수 없다'는 '실행할 힘을 갖고 있지 못함'을 의미한다. 나는 손으로 밀어서 63빌딩을 넘어뜨릴 '수 없다'. 왜냐하면 나에겐 그럴 만한 충분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무력함. 반면 '안 한다'는 의미에서 '할 수 없다'는 실행할 힘을 갖고 있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을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즉, 다른 일을 하느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실제 선택이란 후자에서만 성립한다. 실효성 있는 의지라는 것도 이 경우에만 성립한다. 힘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의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선 기만이다. 반면 의지가 성립하는 상황에서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건은 겸양이요 실제로는 힘의 과시이다. 긍지란 이 경우에만 성립한다.'안 한다'와 '못 한다'를 구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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