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어디까지 당해봤니?

By @airris6/10/2018kr

한국에서 살다보면 평생 소매치기를 제대로 당할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보통 소매치기들 당해서 물건을 잃어버리기 보단 자신의 실수로 술자리나 여느 혼란스러운 장소에서 물건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에도 적지 않게 그저 물건을 두고온 장소를 기억해 찾아가면 물건이 고스란히 그대로 있는 경우도 있고 누군가 분실물 센터에 맡겨준다던지 혹은 휴대폰이라면 연락을 하여 되돌려 주는 경우도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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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도포의 소맷자락에 물건을 넣어 다니던 때 소매의 물건을 꺼내간다는 용어로 시작된 이 단어는 이제 소매도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렇게 소매치기에 대해 경계심 없이 살아온 한국 사람들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소매치기를 많이들 당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얼마 전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겪은 소매치기 경험담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빌바오 라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찾아가기 위해 도시의 트램이나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불편하게도 한국과 달리 각 도시마다 표를 끊거나 전자카드를 구매하는 기계 등이 달라 고생을 해야했다. 그렇게 한 5분간을 어리둥절하게 표 사는 곳을 찾아다녔지만 내가 타려는 곳에선 카드 찍는 기계밖에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그 기계 앞에서 트램을 기다리던 ‘멕시코계’ 남자가 있어 물어보았다.

영어를 전혀 모르는 그의 바디랭귀지를 알아 듣고 이해를 하였다. 그는 자신이 카드가 2개가 있으니 하나를 주며 그 순간 오는 트램을 타라고 하였다. 얼떨결에 받은 호의에 감사하며 트램에 올라탔다. 그런데 알고 보니 트램이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내렸는데 마침 그 사람도 내렸다. 마침 내린 역에서는 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서 충전하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자신이 준 카드에 충전을 해보라고 하였다. 돈을 꺼내려 지갑을 열어보니 마침 50유로 밖에 없어서 충전이 불가능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돈을 가지고 주변 생선가게로 향해 돈을 바꾸어 주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말 그는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가며 말도 통하지 않는 아시아인을 도와준 착한 청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에 발생했다.

마침내 충전을 성공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헤어지려는데 그가 마지막까지 내게 준 교통카드를 가지고 등록을 하는 기계에 알려주겠다며 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드를 찍으며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며 몇 번 강조를 해 주었다. 그러던 순간 다른 한 손으로 내 자켓 주머니에 손을 쓱 넣었다. 순간 께름칙해서 그의 손을 제지하였지만 1초 만에 내 주머니에서 손을 빼더니 바로 인사를 하며 가버렸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며 주머니와 지갑을 살펴보았지만 그가 지갑을 건드린 것은 아니었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의식적으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면서 50유로 한 장을 내 자켓 주머니에 넣어버렸던 것이다. 그걸 본 그는 마지막에 손을 넣어 그 돈을 가져갔고, 나는 눈뜨고 코가 베인 느낌으로 5분간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소매치기는 숙소에 도착한 뒤 발생했다. 소매치기라고 말하기엔 직접 눈앞에서 사람이 털어가기 보단 단순한 도둑질에 더 가까웠다. 위의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숙소에서 다시는 큰 돈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겠다며 가방 속에서 50유로 한 장을 꺼내 지갑에 넣어 두었다. 그러면서 숙소 침대에 카메라 가방과 함께 그 속에 지갑을 둔 채로 잠깐 화장실을 갔다 온 사이에 그 50유로 지폐는 또 사라지고 말았다. 숙소에서 대낮부터 낮잠을 자는 두 사람과 왕성하게 팬티 바람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뚱보 아저씨 이렇게 세 사람이 방에 있었지만 누구인지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섣불리 의심도 할 수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돈을 훔쳐간 것을 알게 되니 정말 숙소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며 산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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