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노숙자 소굴에 들어갔다

By @afinesword2/20/2018kr

찌든 땀과 썩은 오물이 뒤섞인 냄새가 콧구멍을 찌르듯 파고들었다. 그것은 후각이라기보다는 촉각에 가까웠다. 어떻게 인간의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날 수 있을까. 소름이 끼쳤다.

2016년 초여름, 나는 서울 한 시장통에 있는 노숙자 소굴을 취재했다. ‘OO식당’이라는 간판이 달려 있었다. 술병, 뭔가로 가득 찬 검은 비닐봉지 등이 식당 주변에서 나뒹굴었다. 파리 떼가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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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pixabay

오전 9시 30분 식당에 들어갔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드럼통을 뒤집어 놓은 탁자 세 개, 등받이 없는 의자 열 몇 개가 있었다.

9명의 사내가 흩어져 술을 마셨다. 탁자마다 소주병 서너 개가 놓였고 가운데 가스버너에서 건더기가 거의 없는 찌개가 끓었다. 가게 깊숙한 곳에 혼자, 한 노파가 앉아 있었다.

20개의 눈알이 나를 향했다. 떡진 머리, 빠진 앞니, 누구에게 얻어맞기라도 한 듯 퉁퉁 부은 눈, 헤진 옷... 9명 사내의 행색은 제각각이었는데, 또 다 똑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슴을 부풀렸다. 눈알들과 악취를 무시하고 평소보다 큰 보폭으로 가게 안쪽에 노파에게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OOOO의 A 기자입니다.”

노파는 이 가게 주인이었다. 뽀글뽀글 볶은 노파의 머리 아래로 색이 바랜 눈썹 문신이 보였다. 흰자가 충혈돼 벌겠다. 손톱 사이는 때가 끼어 새까맸다. 그가 어떻게 이런 데를 다 왔느냐고 물었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

여기가 노숙자 소굴이라는 주변 상인의 원성이 자자해서 왔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노숙자 분들 상대로 좋은 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노파는 이렇게 말했다. “‘노숙자 대장’의 권유로 밥을 팔게 됐다. 서울 OOO, OOO에서 식당을 하다가 가겟세가 올라 5년 전 여기에 왔다. 장사가 안됐다. 어느날 노숙자 대장이라는 사람이 왔다. ‘200만원만 주면 손님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다. 돈을 줬다. 진짜 노숙자들이 몰려들었다. 다른 가게가 국밥을 5000원에 팔 때 나는 3000원에 팔았다.”

노파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게를 그만하고 싶다. 잘해주니까, 오히려 나를 이용한다. 외상값 갚는 사람이 10명 중 1명이나 될까 말까 한다. 교도소에 가거나, 도망가면 외상값 못 받는다. 도중에 죽은 사람도 있다. 배신감이 든다.”

취재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사내 한 명이 노파를 향해 “뭐 마실 거 좀 드려야지”하더니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캔에 든 식혜를 꺼내 주었다.

또 다른 사내는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했고,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국정원이 어떻게 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멘트는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식혜를 가게 앞에 내려놓았다.

전날 만난 인근 음식점 사장 B는 “OO식당이 생긴 뒤로 손님이 줄었다. 주변에 노숙자가 끊이지 않는다. 노숙자들이 골목에 노상 방뇨를 한다. 골목 쪽 출입구을 열지 못한다”고 했다. 또 다른 사장 C는 “OO식당 주인이 가게 문 닫는다는 건 습관처럼 하는 말”이라고 했다.

사장 D는 “OO식당 주인은 눌 술에 취해있는 거 같다. 자꾸 어울려서 그런지 노숙자처럼 변했다. 술에 취한 노숙자가 우리 가게에 불쑥 들어온다. 해코지 할까 봐 겁난다”고 했다.

OO식당 사장과 주변 음식점 사장의 입장을 다 담아서 기사를 썼다. 완전히 객관적이었다고는 자신할 수 없다. 내 기사는 주변 음식점 사장 쪽으로 조금 기울었던 것 같다.

취재 중에 만난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OO식당이 주위 가게에 피해를 준다는 것은 안다. 딱히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어서 손 쓸 수 없다”고 했다.

손 쓸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가고 경찰과 관할구청에서 OO식당에 들이닥쳐 가게 문을 닫게 했다고 한다. 아마 식품위생법 등으로 걸면 걸릴 것이었다.

OO식당 주인이 내게 전화했다. 그는 “왜 멀쩡하게 장사하고 있는 데 와서 분란을 일으키느냐, 청와대에 탄원서를 쓰겠다”고 했다.

나는 “사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책임한 말이었지만, 거짓말이 아니었다.

[차못쓴]은 차마 쓰지 못한 이야기, 차마 기사화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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