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덕담 - 모두 「타짜」의 곽철용 사장만큼만 성공하시길

By @admljy192/14/2018kr

이름을 듣고 바로 떠올리지 못할 분들이 있을까봐 설명하면, 곽철용은 바로 고니와 화란을 괴롭히던 그 고스톱 하우스 사장이다. 악역 전문 배우인 김응수 씨가 분했다. 영화 내내 잔인하고 허세 넘치는 면모를 보여준다. 자기 편으로 포섭한 줄 알았던 고니 앞에서 인생 설교 꼰대짓을 하다가 죽는 장면이 실로 백미.

근데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젊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아, 조폭 두목이긴 하지만 이 정도 삶이면 나쁘지 않겠구나, 이 사람 참 성공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곽사장만큼 돈을 벌겠다는 뜻이 아니다. 아래는 곽사장 장례식에서 아귀(김윤석 분)와 곽사장의 부하가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너 병원 뒤지고 다닌다며."
"복수해야죠."
"뭐 복수? 죽은 곽철용이가 너네 아버지냐? 복수하겠다고 지랄들을 하게? 복수 같은 그런 인간적인 순수한 감정으로다가 접근하면 안 되지. 도끼로 마빡을 찍든 식칼로 배때지를 쑤시든 고기 값을 번다. 이런 자본주의적 개념으로 나가야지. 에라이"

bandicam 2018-02-14 20-02-45-042.jpg

아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곽철용의 부하는 고니에게 복수하러 갔다가 그만 자신도 목숨을 잃고 만다. 만약 어느 날 내가 살해당한다면 이걸 복수하겠다고 범인을 찾아다닐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보통은 없다. 게다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들도 아니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다. 얼핏 거들먹거리는 외면과 달리 평소 그가 '자기 사람'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건 그저 돈으로 살 수 있는 환심이 아니다.

지인 중 돌아가신 시어머니를 떠올리며 종종 눈물을 적시는 분이 계시다. 지금도 한 성격 하시는 걸로 유명하신 분이다. 이 분은 결혼 후 처음 방문한 시댁에서, 초장부터 지고 들어가면 안 되겠다고 결심하고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살아온 시어머니를 그렇게 무시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 전략(?)은 성공해서 시대가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집살이 없이 아주 편하게 명절을 보냈다고. 그런데 이제 자신도 나이가 들어 입장이 바뀐 채 다시 생각해보니, 자기가 그렇게 무례했을 수가 없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 시어머니만 떠올리면 그렇게 미안한 감정이 들 수 없다고.

정승집 노비가 죽으면 사람들이 잔뜩 찾아오지만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인간 관계란 본디 1을 주고 1을 받는 것이다. 줄 수 있는게 추억거리 밖에 없으면 제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자주 보기 어렵고, 자신이 온전한 1이 되지 않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도 쉽게 친분이 생기지 않을 뿐더러 원래 있던 관계조차도 끊어지곤 하는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미 죽은 몸이 되어 아무 것도 줄 수 있는게 없는데 자신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 성공이라 함은, 돈을 많이 벌고 권력을 쥐어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은 뒤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굳이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발렌타인 데이이고 내일은 설 연휴다. 모두들 사랑하는 연인 가족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그리고 타짜의 곽사장만큼만 성공한 사람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란다.

PS : 웃긴 덕담 죄송합니다. 그리고 하우스에서 고스톱 치다 걸리면 초범도 실형 나올 수 있습니다. 그냥 고스톱은 집에서 조신히 가족들끼리 치시기 바랍니다.

4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