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조

By @activewhale5/9/2018kr-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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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조’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풀면 말의 감정이라는 의미일 텐데 말의 감정을 잘 살리는 일이 곧 시 쓰는 일이겠습니다. 어떤 면에서 시 쓰는 일은 춤추는 일과 많은 유사점을 지닌 것 같습니다. 언어 하나가 곧 동작 하나겠지요. “나는 숲속을 걷는다”라는 문장을 기본으로 하는 여럿 변형된 어조들입니다.

  1. 나는 숲속을 걷는다 - 무척 건조한 느낌입니다. 사실의 기술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건조하게 쓰고 싶을 때 주로 선택합니다.

  2. 나는 숲속을 걸었다 - 과거형이지만, 단순히 시간의 과거를 의미하지는 않겠고 회고적 느낌이거나 회상적 느낌, 나아가 어떤 일이 마무리 된 느낌을 전달할 때 주로 쓰겠죠.

  3. 나는 숲속을 걸었네 - 시의 문장들은 자주 음악을 닮고 싶어 합니다. 이 어조가 꼭 필요할 때가 있겠지요.

  4. 나는 숲속을 걸어가리라 - 1차적으로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음악적 고려도 있겠고 어떤 단단한 마음을 얘기하고 싶을 때 선택합니다. 사실 다루기 무척 어려운 어조이지요.

  5. 나는 숲속을 걷고 있네 - 지속의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씁니다. 저렇게 쓰면 정말로 숲속을 걷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제시한 어조보다 훨씬 더 많은 어조가 있겠습니다. 하나의 문장의 어조 하나 선택하려고 3일을 고심한 적이 있습니다. 더 한 시인도 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시를 쓰는 사람들은 참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종결 어미 하나로 문장 전체가 달라지는 것이 우리말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말은 시를 쓰기에 참 좋은 언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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