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을 보던 중 @hermes-k님의 글 한 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헤르메스, 나만의 명곡]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 제프 버클리 Jeff Buckley, Hallelujah
이제는 듣지 않는 곡이 많습니다. 너무나 좋아했지만,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제는 듣지 못하게 된 몇 곡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HelYw-nClY
<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스무 살 넘어 뒤늦게 입시 준비를 했을 때.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작은 골방에서 캔맥주 한 잔과 함께 무던히도 많이 보던 영상입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 대학에 들어가는 날까지도 파란색 배경의 콘서트 영상을 수없이 돌려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O5dSvdkVTc
< Bill Evans - B Minor Waltz >
빌 에반스에게 아주 깊게 골몰했던 적이 있습니다. 빌 에반스의 상실이 담겨있는 것 같은, 어딘가 애조띤 듯한 이 연주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Iw0ewEsNHs
< Jeff Buckley - Hallelujah >
전 이 곡을 들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제프 버클리의 한숨 소리를 들으면 온몸이 차가워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vXywhJpOKs
<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
체트 베이커를 아주 깊게 사랑했습니다. 시드 비셔스를 좋아하던 마음으로, 커트 코베인을 좋아하던 그런 마음으로요. 언제든 깊게 빠져들 수 있는 마법 같은 곡이었어요.
< Muse - Unintended >
https://www.youtube.com/watch?v=CJDAmXHHfuM
음울한 여중생. 그런 저를 붙잡고 있던 뮤즈입니다. 저를 뒤덮었던 매튜 벨라미의 목소리입니다. 가사의 뜻도 모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뮤즈를 듣지 않는 것은 음악적 성향 차이 때문이지만, 이 곡만큼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드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NcalJSO6jDY
< Elliott Smith - Say Yes >
https://www.youtube.com/watch?v=Zpkz6vitDzU
< Sean Lennon - Parachute >
두 곡을 같은 시기에 참 많이 들었습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던 곡들. 이제는 그토록 좋아하던 엘리엇 스미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nlWwPxP3mc
< 백현진 - 무릎베개 >
이 곡은 미처 이뤄지지 않은 지나온 사랑과도 관련이 있는 곡입니다. 이 곡만큼은 특정한 상황을 떼놓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때의 절절했던 마음과 캄캄했던 밤도 같이 떠오르는 곡이에요.
이제는 듣지 않는, 더이상 들을 수 없는 곡들을 오랜만에 더듬어보았어요.
마음이 서늘해진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괜한 오한이 들고, 안절부절못하게 되네요. 이 곡들은 저의 어둠과 맞닿아있던 것들이겠죠. 슬픈 음악이 아니면 듣지 않던 때가 있습니다. 슬프지 않은 곡을 쓰지 못했던 때가 있습니다.
이 곡들을 떠나오게 된 연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답은 간단했어요. 제가 행복해졌기 때문이지요. 지금 이 곡들을 듣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방어기제 같습니다. 그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제 마음이겠지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제 모습이, 저 곡들을 떠나오게 된 제 마음이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언젠가 제가 행복해진 계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기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난 아직도 이 곡들이 너무 좋은데'라고 말이죠. 행복하다고 해서 밝은 음악만 듣는 것도 아닐 테고, 슬프다고 해서 슬픈 음악만 듣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제가 이 곡들을 이제는 듣지 못하는 건 아마 어두웠던 그때가 떠오르기 때문이겠지요.
새벽 감성을 빌어 부끄러운 자기 고백을 했습니다. 당장 내일 자고 일어나면 지우고 싶겠죠. 스팀잇은 글을 지울 수도 없으니 평생 구글 어딘가에 둥둥 떠다니겠군요. 언젠가 잊고 있다 이 글을 불현듯 다시 마주하게 될 날까지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