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09일 - 왜 우리는 스팀잇에 글을 쓰는가?

By @tutorcho10/9/2018kr

오늘은 내가 왜 틈만 나면 여기서 글을 읽고 글을 쓰려고 하는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는 서로 어떻게 공생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 생각해 보는 뻘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글을 써서 받는 보상때문이었다. 비록 한 번도 현금화시켜본 적은 없지만 작년 6월말에 가입해서 이따금 글을 올리면 30$씩 찍히는 경우도 있었다. 그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스팀이 만원 하던 올초에는 글 한 편의 원고료가 가히 엄청났다. 실제 현금화시켜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많이 찍히면 5$ 정도이다. 이것도 사실 내가 활동한지 1년이 넘어서 그나마 돌고래, 고래 지인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지, 사실 엄청 많이 찍히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현 시세로 5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그 돈을 위해 일기를 쓰는가? 부정할 수는 없다. 내겐 그 5천원이 5만원처럼 느껴지고, 50만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가격이 저렴할 때 조금씩 사보기도 한다. 경제적 동기부여가 없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30$ 찍혀봐야 3만원인데, 그 돈 벌자고 2시간씩 공들여 그림넣고, 글쓰고, 그러진 않을 것이다. 그 돈이 글을 쓰는 이들에겐 다른 더 큰 가치가 있는 돈이다. 그 돈은 내가 쓴 글과 포스팅에 대해 다른 이들이 주는 인정과 공감, 그리고 관계가 담겨 있는 돈이기에 그 돈이 주는 보상이 나름 큰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누가 글을 쓰고 있는가? 대체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 그리고 글쓰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 쓰고 있고,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쓰고 있다. 글이라고 지칭하면 격식 있고 무겁게 느껴지니 이렇게 표현해보자. 자기 얘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자기 얘기를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글을 쓰며, 자기 얘기를 하는 것에 조금씩 재미를 붙인 사람들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또 자기 얘기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도 글을 쓰고 있고, 자기가 투자한 이 가상화폐가 잘 되길 바라며 글을 쓰는 이들도 있다.

그럼 우리가 이렇게 자기 얘기를 풀어 놓았을 때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것은 스팀잇이 다른 SNS와 다른 점인데, 스팀에 투자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글을 쓴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나는 우선 투자자에게 가장 큰 이익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도는 하고 있지만 스팀에 광고가 붙기 시작하고, 그 이윤이 스팀가치를 올리는 데 쓰이는 구조가 된다면, 투자자에게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 같다. 제 아무리 명문을 써도 보상액이 100$ 넘는 글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현재 가치로는 1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돈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대강 1만원으로 잡고, 100$짜리 글을 쓰려면 얼마나 걸릴까? 계산해보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하긴 이럴 때 어뷰징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데, 100$를 엄청난 고래가 그냥 셀봇, 부계정을 이용한 셀봇 등으로 하기 시작하면, 스팀의 가치를 올리는 데 기여한 이들은 정작 그 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 100$ 찍어내는 데 투자한 어마어마한 돈이 결국 스팀가치를 유지시키는 투자금이라고 보면 욕할 이유가 딱히 없기도 하다. 자산소득과 노동소득의 차이라고 해야하나? 사회의 축소판처럼 돌아가는 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문제는 @dakfn님이 언급한 것처럼 스팀의 가치가 스팀을 더 찍어내는 것 외에 다른 게 없다면, 글이야 굳이 가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읽을 수 있으니, 별로 희망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그 대안으로 결국 광고가 답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그걸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회수가 엄청난 글을 쓰는 사람이 자기 글 속에 광고를 넣고 글을 쓰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겠다. 꼭 스팀이 아니라 현금받고 그럴 수도 있을 듯 한데, 근데 그 플랫폼이 꼭 스팀잇이어야 할 이유가 없다라는 게 문제이긴 하다.

SMT가 뭔지 난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글만 가지고 스팀잇 가치가 올라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킬러컨텐츠, 상품이 있어야 한다. 스팀으로만 결재 가능한 킬러컨텐츠가. 문제는 그 킬러컨텐츠를 스팀으로 안 받고 현금으로 받으면 당장 더 유용한데, 굳이 스팀으로 받을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그 대안으로 먼저 예컨대 각종 구호단체들이 계정을 만들고, 현금같은 느낌이 다소 덜 드는 스팀으로 기부를 받는 건 어떤지 생각해 본다. 보팅으로 기부를 받을 수도 있고, 직접 스팀으로 기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부를 받기 위해선 누군가 스팀을 많이 구매해야 기부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고. 문제는 그런 기부단체가 스팀에서 활동하게 만드는 역할. 그게 정작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이것도 일종의 자전거래라 할 수 있긴 한데, 스팀 투자자가 킬러컨텐츠를 이를 테면 실물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이를 스팀으로만 결재할 수 있게 하고, 이게 대박이 나면 스팀 가치도 올라가고, 매출도 올라가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스팀 지분이 높을수록 스팀을 이용한 매출이 생기도록 뭔가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힘을 불어 넣고 그런 일들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게 규모가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스팀 가치가 지켜질 것이다. 가격 조금만 오르면 보팅으로 받은 스팀 물량이 쏟아져 나와 가격 유지가 안되니까, 그걸 상쇄하고도 남을 그런 상품이나 서비스가 하나씩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스팀이 말 그대로 대안화폐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석유를 달러로 결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암호화폐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생업에도 바쁜 사람들이다. 여기서 글 써서 돈 번다는 건 현재 시세로는 불가하며, 과거의 시세로는 가능했으나 그것은 광적인 투자, 투기 분위기가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면, 결국 실물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연결되는 그 무언가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광고를 달리게 해서 그 수익이 스팀 가치에 환원되도록 하는. 뭔가 현금이 들어올 유인책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건 실제 활동 사용자 숫자인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SMT가 뭔지 모르겠으나 내가 언급한 1) 실물상품 2) 광고 3) 사용자 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면 뭔가 가능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기서 글 쓰며 노는 우리는 서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종교(?) 공동체를 심취한 이 신도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투자자로 붙잡아두진 못할지언정, 그건 또 그리해서도 안되겠지만, 최소한 사용자로서 아주 아끼는 그런 커뮤니티로 이 곳을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예를 이렇게 들면 좀 그렇긴 한데, 일베보다는 더 적극적 사용자가 많은 그런 공간으로 유지해야 그 가치가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그냥 그저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든다.

이상 나 혼자서 상상해 본 스팀잇 이야기다. 이제 늦었네. 자즈앗!!!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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