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미술관련 포스팅을 들고 왔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진행중인 사건이라 어린이 날 연휴에 이렇게 짬이 나서 포스팅을 해 봅니다.
알고 지내는 작가님 중에 조각을 전공하고, 2003년 부터 한옥 지붕과 사찰의 석탑을 모티브로 아래의 사진과 같은 멋진 작업을 하고 있는 백승호작가의 작업에 대한 표절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스티미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을 구해보고자 합니다.

Dimension complex_무현금-전통과 현대의 조우 展_철박물관, 2015
출처: 백승호작가 페이스북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2018년 2월, 평창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성대하게 치뤄졌습니다. 이전 정권에서 유치한 올림픽이어서였는지, 아니면 최순실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어서였는지, 평창올림픽의 개·폐막식은 개최 이전 여러가지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적은 예산으로 훌륭하게 치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특히 개막식에선 LED 장착 드론 쇼, 공포의 인면조 등 여러가지 뒷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사람들의 즐거움을 자아 냈었죠.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조화의 빛>에 설치된 “기원의 탑” 설치물
출처: 백승호작가 페이스북
17일간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준 올림픽 마지막 날 폐막식 행사를 한다고 해서 TV를 보던 중, 저는 약간 의아한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요. <조화의 빛>이라는 테마의 폐막식 공연 중 제가 평소에 알고 있던 백승호 작가의 “Dimension-Complex” 작업과 거의 유사한 설치물이 무대 한가운데 설치되어 화면에 보여지더군요. TV화면에는 “기원의 탑”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때만 해도 이것이 당연히 백승호 작가의 작업을 모티브로 설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눈에도 너무나 똑같이 보였거든요. 더구나 평소에는 그냥 매달려만 있던 작품들이 겹겹히 아래로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자랑스러운 일에 대해서 왜 미리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일었지만, 이내 올림픽 폐막식에까지 작품이 등장한 백승호 작가를 다음에 만나면 축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동안 이미 화면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백승호 작가의 작품, Dimension-Complex 시리즈
이렇게 폐막식이 끝난 다음 날 페이스북을 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백승호 작가가 직접 올린 포스팅이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조형물 “기원의 탑”과 제 작품 이미지를 비교하여 올립니다.
저는 기원의 탑 작업을 하지 않았고 관련하여 사전에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 없습니다. 이에 저작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 작품이 백승호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많은 지인들이 폐막식 장면을 보고 백작가에게 축하한다고 연락을 했고, TV를 보지 않고 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작가는 깜짝 놀랐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축하 혹은 염려의 연락이 왔고 이런 오해를 받고 있을 수 만은 없어 페이스북에 아예 포스팅을 하게 되었고, 수백명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백승호 작가의 게시물에 여러가지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 작품을 도용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측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등, 많은 분노와 백승호 작가에 대한 응원이 쏟아졌습니다.
다음은 백승호 작가가 그동안 여러 전시에서 발표한 한옥 지붕을 모티브로 작업해 온 작업들입니다. 백승호 작가의 페이스북 포스팅에서 가져온 작업들입니다.

Dimension complex-Pagoda_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 2012

공.유.경_강정대구현대미술제, 2015
또 다른 사건
깜짝 놀라 저희도 백승호 작가에게 연락을 취했고, 백작가는 이 문제를 공론화 해서 반드시 해명을 받아내고 싶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저희도 가만 있어서는 안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 과정에서 한가지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다음날 백승호 작가가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는데, 과정은 이렇습니다.
2013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한옥 관련 전시를 추진하던 중 백승호작가에게 섭외가 왔었고 작품 포트폴리오를 보냈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어 잊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지인의 연락으로 어떤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자체적으로 ‘종가(宗家)’ 특별전을 개최했고, 이 전시가 <미국 IDEA 디자인어워드>에서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미 전시가 끝난 후였을 뿐 아니라, 당시 전시를 주도했던 큐레이터도 지인을 통해 소개를 받았던 터라 매우 속상했지만 따로 항의를 하지 않고 넘어갔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승호 작가의 작품 자체가 한옥의 지붕을 모티브로 한 작업이다보니, 자신의 작품과 100% 동일하지는 않은 이 전시가 표절이다 아니다를 따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고, 더구나 상대가 국립박물관인데다 국제적인 상을 수상한 터라 지인의 얼굴을 봐서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었습니다.
표절인가 우연인가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표절 시비로 시끄러웠던 미술계 안팎의 여러가지 사건을 떠올렸습니다. 세상에는 참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로인해 비슷한 작품들도 세상에 나올 수 있습니다, 충분히. 하지만 우리나라의 미술계는 참 좁은 곳이고 그러다보니 비슷비슷한 작품들로 발표를 해 오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작품과 너무나도 비슷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만나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럴때 작가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자신의 작품이 먼저 발표되었음을 공표하고 법정시비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보통 그 결과는 100%동일하지 않은 경우 시비를 가리지 못한 채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작업해 온 작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가슴아프고 답답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의 별로 유명하지 않는 작가의 설치작품을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인 양, 국내 전시에 도용해서 발표하는 몇몇 작가님들의 이야기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백승호 작가와 지인들은 작가로서의 억울함을 사방에 알리고 있었고, MBC 뉴스에서 이 사건을 취재하여 기사로 내보내게 됩니다. 기사의 내용은 백작가가 표절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 정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후로도 몇몇 기사에 이 내용이 제기되었지만,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진상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만 있었을 뿐, 그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후속 기사 역시 없었습니다. 이후 백작가는 여러 루트를 통하여 미술감독이나 조직위원회의 공식적 해명을 들어보길 원했지만 현재까지도 조사 중이라는 답변 뿐,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가 전혀 안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옥의 지붕을 보고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이며 왜 무대에 이런 아이디어로 작업을 하면 안되느냐 하는 한 미술평론가의 인터뷰를 말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이것을 표절이라 우겨 법정에 가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저 또한 대답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이 사건을 보고, 건축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것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이야기하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한옥 지붕의 뼈대를 그저 조형물로 만든것일 뿐이데 이것이 어떻게 그 작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될 수 있겠는가 하는 내용입니다.
좋습니다. 이것을 계획한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혹은 폐막식 감독 이하 설치감독과 모든 팀원이 이 작품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으며 설치물의 구조상 한국적 탑의 모양을 폐막식에 표현하기 위해 바람이 통하도록 철골 구조로 만든 이것이 왜 표절인지 자신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믿어 봅니다.
작품에 있어 '독창성의 기준'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백승호 작가는 2003년 부터 무려 15년간 이와 비슷한 모티브로 작업을 이어왔고, 미술계에서 어느정도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지나치면서라도 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사진만 비교해 봐도 지붕의 곡선이며, 각 층의 간격이며, 비례 등이 얼마나 유사한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작품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백승호 작가에 따르면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공단 내에 Pagoda 시리즈 작품 중 한점이 지금까지도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는 가까운 지인들이나 그의 작품 활동의 행보를 지켜봐 왔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하고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이어 온 15년이라는 작품의 세월이 그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를 옮긴 것이기 때문에 그의 것이라 말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작품의 독창성을 증빙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더구나 백승호 작가는 현재, 이것이 표절이니 처벌해 달라는 입장이 아닙니다.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과 너무나도 유사한 설치물이 폐막식을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었으니 이 설치물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최초로 기획하게 되었으며 그 기획자가 자신의 작품을 혹시 알고 있었거나 지나치면서라도 본적은 없는지 이에 대한 해명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통해 그가 15년 간 지켜온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창성을 밝히고, 최소한 올림픽 폐막식의 설치물을 따라한 유사작품이 아니라는 부분 만이라도 명확히 하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의문에 대해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답이 없는지 저 역시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참여했던 2015년 무현금 프로젝트의 작가 영상을 통해 그가 말하는 작품활동의 배경을 들어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