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이라는 사이트를 알게되고, 몇 편의 글을 올리며 보상체계에 대한 구조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간 페이스북에 잡문을 종종 올리며, 브런치나 네이버에 괜찮은 글을 좀 이식하고, 그러한 글들은 또다시 카카오톡 채널이나 다음, 허핑턴포스트와 같은 매체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조회수는 수천 수만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갑에 들어오는 보상은 '0'에 수렴했다. 필명이 알려지다 보니 덕분에 간간히 사보나 전문저널에서 글을 요청받아 몇십만원 수준의 원고료를 받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것도 가뭄에 콩나는 수준의 빈도라, 나의 전체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The New Yorker 앱에서 캡처]
글을 작성하고, 이를 통해 다시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으려면 어떠한 수준이 적정할 것인가. 전세계인이 보는 뉴요커라는 주간지를 아이패드를 통해 다운로드 받아 읽으려면 9.89불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The Economist라 하는 경제지는 10.99불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저널의 경우는 전세계인을 독자로 하여 판매를 하며, 판매된 매출을 통해 일정부분 다시 뛰어난 작가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 그러한 선순환은 저널의 가치를 높이게 되며, 우수한 필진은 저널의 신뢰도를 다시 높이는 작용을 하게 된다.

[Science_AAAS]
그런가 하면, 그러한 상업적 목적의 저널이 아닌, 사이언스나 네이처와 같은 학술지 형태의 저널도 존재한다. 이러한 저널은 어떠한 수익구조로 존재하게 될까. 미국의 사이언스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사이언스라는 잡지는 1880년 토마스 에디슨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전기와 전화를 발명한 그 아저씨들 맞아요)의 재정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는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구독자수 부족으로 폐간을 하게 되었다. 다시 1년 후 부활했지만 1894년에 다시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학자에게 팔리기도 했다.
이러한 우여곡절은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는데, 결국 사이언스는 AAAS라 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merican Advancement of Science)에게 소유권이 넘겨지게 되었고, 이 후 안정적으로 저널의 주기적 발간은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세계적인 전문학술지의 경우에도 대부분 '학회' 소속으로 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이는 해당 학회의 명성으로 가치가 올라가는 역할도 하지만, 학회의 회비를 바탕으로 발간되는 수익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가입한 공학관련 학회가 두어가지 되는데, 해당 학회에서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학회지는 언제나 식탁 위의 라면 받침대로 쓰이기 마련이다. 어쩔수없이 가입된 학회에서, 그 회비를 통해 운영되는 저널의 퀄리티는, 일부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학회를 제외하고서는 그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진다.
수익구조는 언제나 눈에 보이게 명확해야 한다. 책을 통해 컨텐츠를 출간하면, 그 책을 돈 주고 구입하는 사람들의 구입비용 10% 가량의 인세를 통해 수익이 정해지게 된다. 저널에 기고를 하면, 저널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비용이나 그 저널이 회원들의 회비로 컨텐츠 제작자에게 수익이 분배되게 되어있다. 아울러 저널이라 함은, 비단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의 경우에도, 운영 및 유지, 광고 비용 등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이러한 경우 컨텐츠 제작자에게 돌아가는 파이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 이 스팀잇이란 사이트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컨텐츠를 창작하던 많은 이들이, 이제 자신들에게 컨텐츠를 제작하는 보상이 주어지기 시작했다고 환호하는 포스팅들을 몇번 본 적 있다. 그런데 이 스팀잇이란 사이트는 정말 그러한 보상을 영구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내가 처음 스팀잇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시점대비 스팀달러의 가치는 대략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스팀잇이란 사이트는 딱히 광고를 하지도 않고, 수익모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아보이지는 않는다. 스팀잇은 분명 스팀달러라는 가상화폐도 지급하고, 스팀파워라는 일종의 주식도 지급하며, 보상체계 자체는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이 스팀달러나 스팀파워가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곳에서 실물을 구입할 수 있지 않고서는 그 가치가 지속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간혹 페이스북의 그 많은 영업이익은 페이스북의 컨텐츠 제작자에게도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각광받는데, 과연 그 20억명이 넘는 월 활성 사용자들에게 이 영업이익을 배분하기 시작하면 회사의 가치가 얼마나 남아있을런지 의문이다. 페이스북이란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는 이유는 그 많은 사용자들을 통한 광고비용이다.
상기 페이스북의 2017년 실적에서 볼 수 있듯이, 406억불(약 44조원)에 이르는 페이스북 매출의 98.2%인 399억불은 광고수익에서 나오게 된다. 50%대의 영업이익률을 보면 배가 아프기는 하지만, 이를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배분하기 시작하면 회사의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이용자인 20억명의 인구에게 배분한다쳐도, 그 파이는 그다치 크지 않다.
현재의 구조에서도 광고를 하고싶은 사람, 스스로 자신의 소소한 기록을 남기고 싶은 사람,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와 페이스북의 마당제공을 통한 광고수익 실현은 잘 맞아 떨어져서 굴러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높은 영업이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매력을 선사하고 있고, 높은 매출을 통한 유지비용으로 20억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오늘도 트래픽이나 브라우저에 불편함이 없이 '무료로' 페이지를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하나 균형을 잃기 시작하면 페이스북이라는 페이지 자체의 이용자수가 저감하여 이전의 페이스북과는 다른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언론에 따르면 저커버그도 암호화와 가상화폐 기술을 어떻게 페이스북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해 연구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적용이 어떻게 될런지는 저커버그 자신도 현재로선 잘 모를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작금의 시대에는 휴대폰만 열어 검색만 해도 양질의 기사를 검색할 수 있고, 굳이 백과사전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위키백과 등으로 다양한 것에 대해 '무료로' 알아갈 수 있다. 괜히 레이디경향이나 여성중앙과 같은 대중적인 잡지들이 휴간/ 폐간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지식 컨텐츠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지며 그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별히 데스크의 객관적 검토를 거치지도 않고, 특별한 인사이트를 보이지 않는 블로거들의 글이 몇십만원의 가치를 창출하며 매일매일 생산된다? 나는 다소 회의적인 관점이다.
물론 미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이 스팀잇에 들어와 글을 써보며 가상화폐란 것을 내 가상지갑에 넣어보고는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수익구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스팀잇이란 사이트가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팀잇과 같은 사이트를 통해 그간 저평가 받아왔던 내 컨텐츠가 비로소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고 있다고 환호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점인 것 같다.
지식컨텐츠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달에 9불이면 뉴요커나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수준높은 저널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들은 Editor's picks라 하여 굳이 9불을 다 내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두개의 칼럼은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각자 성향에 따라 조중동이나 한경오의 사설이나 기사도, 우리는 언제든지 모바일을 통해 접근하고 읽을 수 있다. 정말 자신이 매일 써 내려가는 지식컨텐츠가 이들과 같은 전문지식인 집단과 견주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일 때는 말랑말랑한 사고로 접근할 필요도 있지만, 늘 비판적 시각도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것은 스팀잇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