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블록체인이 우리 내면에 던지고 있는 질문은? _ I-Space (1)

By @morrisonseo2/15/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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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비트코인에 의해 탄생했다, 우리 모두가 사토시이다

2008년 10월 31일, 나카모토 사토시 Satoshi Nakamoto 라는 베일에 싸인 인물은 비트코인 백서 Whitepaper 를 인터넷상에 올렸습니다. 그는 철저히 익명으로 개발자들과 이메일로 연락을 취하며 비트코인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리고 약 2개월 뒤, 최초의 비트코인이 탄생했습니다. 전 세계의 매스컴은 그가 일본의 한 중년 남성이라고 추정하였지만, 여전히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에 있습니다.

함께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조차 결국 '우리 모두가 사토시'이거나 '어느 누구도 사토시'가 아니다 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렇다면 왜 사토시는 자신의 정체를 끝끝내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 것일까요.

이런 사토시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탄생 배경과 철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의 행동은 단순히 개인적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커다란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필요에 의해 기획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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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사이퍼펑크 Cypherpunk 운동의 흐름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이퍼펑크는 생명체, 조직, 기계의 핵심 원리가 시스템 내의 정보와 메세지를 교환 관계라고 보는 사이버네틱스 Cybernetics 와 모든 권위에 반항하는 70년대 문화를 의미하는 펑크 Punk 가 결합된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이버네틱스의 측면에서 정보 기술들을 시장 경제 영역에서 제도화하고, 암호학을 채택하여 익명성을 유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사토시는 이러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앙 권력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운 개인을 위한 혁명의 불꽃을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미국의 수학자이자 프로그래머이자, 사이퍼펑크 운동의 창시장 중 한 명인 에릭 휴스 Eric Hughes 가 1993년에 발표한 <사이퍼펑크 선언 A Cypherpunk's Manifesto>에는 그러한 정신이 잘 담겨있습니다. "프라이버시는 전자 기기 시대에 열린 사회를 위한 필수 가치이다. 정부나 기업 또는 다른 얼굴 없는 거대 조직들이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

아마도 진짜 사토시는 자신이 세상에 드러나서는 진정한 의미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전세계에 널리 확산되더라도 자신이 전면에 서게되면 탈권위와 탈중앙화의 시대 정신을 암호화폐에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입니다. 동시에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경제 권력들의 포화를 맞았을 수도 있겠지요. 따라서 그는 비트코인과 자신을 결부할 근거를 철저하게 제거하였습니다.

글로벌 경제 안에서 탈권위와 탈중앙화가 진정한 의미에서 기술적으로 실현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처음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날, 블록체인의 시대 정신은 이러한 작은 한 사람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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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것이 오늘 날 우리 내면의 자아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비트코인의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가 사토시가 된 것처럼 비트코인 탄생에 기여한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곧 주인인 시스템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암호 화폐 시장에 투자하거나 블록체인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온전하게 투명한 동시에, 자칫 발을 헛디디면 마치 영화 인셉션의 림보 Limbo -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무의식 상태의 내면 공간 - 에 갇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중앙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암호화폐 지갑의 비밀번호를 잃어버리면 영원히 그 계좌에 입금된 화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볼까요. 이러한 기술 발달과 사회 환경 속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떤 자아를 만들며 살아가게 될까요. 혹시 영화 메트릭스의 한 장면에서처럼 첨단 기술에 의해 익명성이 강해지거나 '나' 라는 경계가 무너지고,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림보에 빠지지 않고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을 근거 삼아 존재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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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우리 내면에 어떠한 경계를 그어야 하는 것일까

데이비드 크리스천 David Christian 은 빅 히스토리라는 책에서 인간과 우주 역사를 바라볼 때, 대폭발, 별의 탄생, 원소의 생성, 행성의 생성, 생물의 출현, 인간의 진화, 문명의 발달, 산업의 부상이라는 중요한 발달 단계를 문턱 Threshold 이라고 이름 불렀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산업의 부상의 끝단에서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창조해내는 작은 문턱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나'라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나에게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나의 자아에도 어떤 새로운 영향을 미칠까요.

나라는 개인은 동시간에 소속 집단과 사회, 국가, 시대와 함께 존재합니다. 내가 현대 문명의 도시가 싫다고 산 속으로 들어가도 대한민국의 조세 체계는 끝까지 나를 추적하여 세금을 내도록 합니다. 내가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경제의 실체로서 저의 외면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앞으로 다가올 수 많은 물줄기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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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구텐베르그의 활자 인쇄술은 음성언어에서 문자언어로, 낭송에서 인쇄로, 청각에서 시각으로, 새로운 문턱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성찰하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소박하게 나 자신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근대의 거대한 분기점으로서 사람들의 외면과 내면을 분리시키고, 나에 대한 감각을 가져다 주었지요. 이것은 내면 세계의 가장 중요한 혁명이었습니다.

마샬 맥루한은 현재의 상황을 두고 구텐베르그 은하계에서 전자미디어 지구촌으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표현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들은 이미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고 있고, 디지털은 그들의 몸과 의식에 직간접적으로 결합되어 이 시대상에 맞는 자아 감각, 사고와 생활 패턴을 창조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에는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미래의 가장 중요한 핵심 패턴은 바로 이러한 초-연결성 Hyper-Connectivity 입니다. 자아의 관점에서 초-연결성이 의미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과 내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개체 단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개체는 곧 개인을 의미하고, 나만의 스토리, 나만의 감정, 나만의 느낌, 나만의 기질, 나만의 특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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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뉴럴링크 Neural Link 라는 회사를 만들어 뇌에 초소형 칩을 심은 뒤 인간의 기억과 생각을 컴퓨터와 공유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에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사업 단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나라는 것의 경계는 도대체 어떻게 그어야 할까요. 과연 어디까지가 나의 영역인 것일까요.

앞으로 인간과 기계 장치의 연결을 통해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한다면, 우선 우리 자신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많은 전문가와 발달 심리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 새로운 과학 기술과 기계 문명을 온전히 책임지고, 받아드릴 준비가 되었을까요. 그러한 의식수준을 내면화하고 있는걸까요. 하나의 자아를 넘어서기 이전에 온전한 자아를 만들 수 있는걸까요. 미래의 혁신적인 사회와 건강한 개인을 위해 우선 균형잡힌 관점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잭 앵글러 Jack Engler 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모든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 이전에 먼저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 You have to be Somebody before you can be Nobody." 바람직한 성장을 통해 초월적인 개인이 되기 이전에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다음글에서는 나의 내면 I-Space 이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이 드러내는 일반적인 특징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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