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탈슬러그, 버블보블, 철권 등의 유명한 게임도 있었지만... 제가 주로 했던건 키카이오, 다이나기어, 메가맨:파워배틀 정도가 생각납니다. 키카이오는 오락기가 지원하는 모든 캐릭터로 보스를 무찌르고 엔딩을 봤고, 대전을 걸어오는 많은 또래 초딩들에게 절망을 줬던게 떠오릅니다. 메가맨:파워배틀은 노피격으로 모든 스테이지를 다 클리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게임이 모든 스테이지를 다 깨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보니 게임이 끝나는 시간 = 내가 일어나고 싶은 시간 이 되었기 때문에 문방구 주인과의 신경전을 경험하게 해준 게임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다이나기어는 게임 이름을 모르고 했었습니다. 이런 게임은 지금도 그때도 취향이 아니었는데... 아무도 하지 않는 게임이어서 시작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가끔 주머니 두둑한 아이들이 도전했다가 금방 죽어나갔죠.
저는 하루에 한 번씩 어머니에게 200원을 받아서(...) 문방구에 게임하러 다니던 아이였습니다. 게임 한 번에 100원이니 하루에 두 번의 기회를 꼬박 그 게임에 꼬라박았습니다. 2~3주 정도 지났을 때, 200원 들고 놀러간 애가 집에 돌아오질 않는다며 어머니가 게임하는 저를 찾으러 문방구까지 찾아오셨습니다. 공략하면 할 수록 플레이 타임이 길어져서, 한 게임에 1시간 이상을 하고 있으니 통금 시간을 넘겨버렸던거죠 -_-;
그 후로 한동안 하루 용돈이 100원으로 줄었습니다. 엌.
집 밖에 나갈 유일한 이유가 게임을 하거나 게임하고 있는 아이를 뒤에서 지켜보면서, 게임 스트리밍의 시초 같이 보고 있던 쌩판 모르는 친구와 효율적인 공략 방법을 논의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몇 년 안지나 저는 첫 PC를 갖게 되었습니다. PC를 잘 다루는 것이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던걸까요. 세간에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같은게 유행하기 시작했고, 저는 학교에서 HTML 태그를 배우게 됩니다. 정규 과정은 아니었어요. 돈 내고 듣는 방과후 수업이었습니다. 거기서 가장 처음 배운게 marquee였습니다. 물론 정석적인 HTML 태그도 배웠고, 저는 이 때 배운걸로 고등학교 시절을 날로 먹었습니다.
방과후 수업으로 들을 수 있는게 미술이나 음악 등 다양했는데, 저는 HTML 프로그래밍을 골랐었어요. 인터넷도 안달려있으면서... HTML 태그 배우는 초딩이라니... 요즘은 스크래치라고 하는 언어를 배우는걸로 아는데 이 또한 어른들의 사정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땐 한창 웹 개발이 대세였으니 기초가 되는 HTML을 가르쳤던 것이고, 지금은 앱과 게임 개발이 대세니까 개발 툴과 유사한 형태인 스크래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HTML을 배우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은 정해진 틀에 맞춰 글을 써넣으면, 출력 과정에선 '내가 모를 뿐인 무언가가' 바꿔주는 것이라는걸 눈치채게 됩니다. 웹페이지 같은 경우엔 메모장에다 코드를 적고 저장한 후에 브라우저로 실행하면 브라우저가 알아서 바꿔서 보여줍니다. 어떻게 바꿔주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개념만 알고 있을 뿐... 아무튼 PC를 산 후로 제가 대학을 가기 전까지 남에게 배운, 사람들이 '컴퓨터 공부' 라고 생각할만한 것은 HTML이 전부입니다.
제 PC를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당연히 '무슨 게임이 있는가!' 였습니다. 몇 가지 있었지만 가장 행복했던건, 스타크래프트가 설치되어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정품은 아니었겠죠? 답은 삼성만 알고 있겠네요. 어린 나이에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가장 빠르게 늘었던 실력은 치트키를 입력하는 속도입니다. -ㅅ-. 전 스타크래프트엔 재능이 없었어요. ㅎㅎㅎ 영타 속도가 100타가 안되던 것을 200타 이상으로 늘려준건 야밤에 불꺼놓고 게임하면서 치트키를 몇 번이고 입력하던, 컴퓨터 따위에게 지는게 억울한 어린 저였습니다. show me the money! show me the money!
치트키로 어떻게든 이긴다한들, 잘하지도 못하는걸 오래 잡을리가 있겠습니까? 금방 다른 게임이 하고 싶었지만 게임 CD를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컴퓨터는 사주셨지만 게임CD는 안사주신 부모님... /눈물... 제 기억엔 메탈슬러그, 드래곤볼, 골프게임 합본으로 되어있던 만원짜리 시디팩을 딱 한 번 사주셨습니다. 엉엉. 다른 게임이 하고 싶어서 여러 집(...)에 놀러다니던 저는 어느 날 '디스켓에 게임을 복사해오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아시다시피 CD 게임입니다. 저는 스타크래프트 CD가 없어요. 그런데 제 PC에는 멀쩡히 잘 실행되는 스타크래프트가 있습니다. 이는 CD의 내용물이 제 컴퓨터에 들어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럼 CD가 없어도 내용물만 있으면 된다는 답에 도달한 것이죠. 그래서 남의 컴퓨터에 있는 게임을 내 컴퓨터로 옮겨오고 싶은데, CD는 '굽는 과정' 이 필요하고 디스켓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굽는 과정을 모르는 저는 게임을 디스켓에 담기로 했던 것입니다.
저의 원대한 계획은 실패했습니다. '바로가기' 만 복사해왔거든요. 그 당시 이런 실수는 저만 했던게 아닐겁니다. (...) 그리고 이 때는 용량 개념을 머리에 잘 담아두지 않았었습니다. 용량이 큰 게임을 옮기려고 했으면 디스켓이 50장은 필요했을겁니다. 멍청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하하 :( ... 미스틱아츠... 귀여워서 갖고 싶었는데...
어린 저는 바로가기만 복사해와서 실패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이유를 '게임을 개발한 회사에서 게임을 함부로 복사하지 못하도록 뭔가 수를 써놨구나.' 라고 생각해버립니다. 어떻게 복사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손을 쓰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저는 위에 서술한 일을 전부 겪고나서야 인터넷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