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반려노트 키우기

By @bombom837/13/2018kr-newbie

• 생각 1

불소소(@idea-list) 방송 준비를 하면서 P(@emotionalp)와 이야기를 하던 중 반려동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들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P는 애묘인이자 랜선집사다. 현재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과거에는 오랜 시간 고양이를 길렀고, 미래는 기를 예정이다.

요즘은 반려동물과 반려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워낙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와 마케팅들이 꾸준히 보여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는 반려동물만을 위한 계정을 따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계정을 팔로우하는 사람들도 많다.

식물에 있어서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들이 보인다. 가드닝이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고 어반 파밍과 플랜테리어는 가정부터 카페와 레스토랑에도, 빌딩의 조경에도 적용되는 키워드가 됐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서 반려라는 개념과 함께 이것은 삶의 일부로 자리하는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 같다. 반려자와 동반자의 개념엔 시간의 속성과 책임감의 무게가 같이 따라간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제대로 동물은 물론 식물을 기르는 기쁨을 누려본 적인 없다. 동물은 어릴적부터 기관지가 안좋고 알레르기가 심한 식구들의 영향이 있고, 아주아주 어릴적 나는 기억에 없는 백일때, 그 시절 살던 할머니 집의 마당에 있던 백구 이야기를 아빠를 통해 한번씩 들었던 것이 전부다. 자라면서 딱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게 해달라는 떼를 써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하지도 않는데, 이상하게 그런 욕심은 부릴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집에는 정말 많은 꽃과 나무가 있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부모님은 지금도 전실과 베란다 한가득이 꽃과 나무를 기르신다. 너무 추운 겨울엔 농원에 보내서 겨울을 나게 할 정도다. 또한 사무실에서도 주변의 책상들엔 공기정화 식물과 흙에 두지 않아도 자란다는 외국 출신 식물들이 많이 있다.

2015년 겨울,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식물이 집에 왔다 3개월만에 죽었다. 주변에 식물 관련 일을 하는 친구가 선물해 준 선인장이었다. 나는 물을 주라는 주기에 맞춰 물을 주었는데, 왜지???
암튼 한장 찍어둔 사진이 내가 가진 사진의 전부다. 그것도 포커스는 선물 받은 오너먼트에 초점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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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번 나는 이런 나의 성격에 대해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관심과 흥미가 애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나의 무심함이, 동물과 식물에도 없지만, 사람에게도 쉽게 가져지지 않는 애착에 대해...
쉽게들 누구랑 제일 친하냐는 질문에, 혹은 나랑 제일 친하지를 넌지시 물어오는 어린 시절 질문들에도 나는 다 똑같은데라는 답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애착 관계에 대한 나의 고민은 여전하다. 감정적 유대 관계를 가지는 것에 있어서 내가 정한 기준점을 벗어나는 상황은 대처가 어렵다. 일정 거리의 긴장감이 타인에게 어떤 벽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된다는 걸 몰랐고, 안다고 하더라도 왜 그게 불편한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관계에 대한 정의는 모든게 어렵고, 결국 나는 경험으로부터 방법을 찾아가며 나름의 살궁리를 알아가는 중이다.

• 생각 2

내가 가진 다수의 것들 중 가장 마음을 쓰고 옆에 둔게 뭘까 생각했다. 집을 쭉 둘러보니, 노트다. 지금 쓰는 것까지 하니까 20권 남짓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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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사람들에게는 몇번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몇년간 한 종류의 노트와 한 종류의 펜을 사용한다. 다이어리는 아니고 그냥 줄노트다. 소프트 커버의 검정색 노트, 그리고 라미 볼펜. 정성스러운 메모를 하지는 않는다. 낙서도 하고, 일 이야기도 쓰고, 개인적인 일상의 할 일 목록이나 책에서 읽은 것들을 옮겨두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시 열어보고 그렇지는 않는다. 그저 편하고, 익숙하며, 가볍고, 줄만 그어져 있어 날짜의 제약이나 압박을 받지 않아서 좋다. 그래서 아무래도 앞으로도 쭉 함께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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